잔잔한 호수에 돌을 하나 던지면 동심원 모양의 물결이 퍼져 나간다. 이런 파동현상은 물리학에서 숱하게 접할 수 있는데, 인류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 문명의 이기로도 응용된다. 방송 및 통신에 널리 활용되는 전자기파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전자기파 못지않게 중요하게 응용되는 파동이 또 있다. 바로 초음파다.
소리의 파동을 뜻하는 음파는 공기를 통해 전달돼 사람의 고막을 진동시켜 우리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인간이 모든 음파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진동수, 즉 주파수 영역은 대략 20~2만Hz(헤르츠)다. 이보다 높은 진동수를 지닌 음파가 초음파다.
사람과 달리 일부 동물은 초음파를 감지해 활용한다. 박쥐, 돌고래, 나방 등이 대표적이다. 가령, 야간에 주로 활동하거나 캄캄한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는 시력이 퇴화하여 거의 보지 못하지만 3만~6만Hz의 초음파를 이용해 지형지물을 식별하고, 먹이를 찾아낸다. 초음파가 물체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시간을 토대로 물체와의 거리를 감지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생존 전략은 인간이 각종 장비와 기술에 초음파를 활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인류가 초음파를 활용한지는 약 100년이 흘렀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랑주뱅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초음파를 이용한 수중 탐지기를 개발한 것이 그 시초다. '소나(Sound Navigation and Ranging·SONAR)'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 탐지장치는 오늘날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물속 어류탐지, 해저 지형지물 파악 등으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공중에서 통신 등에 널리 사용되는 전자기파 대신에 수중에서는 초음파가 사용되는 이유는 서로 다른 파동의 속성 때문이다. 전자기파는 매질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파되므로 진공이나 대기 중에서 멀리 나아갈 수 있지만 수중에서 전파되면 물에 흡수되어 급격히 감쇄되어 버린다. 반면에 매질의 미세한 진동에 의해 전파되는 음파는 수중에서 전파속도가 더 빠르고 멀리 나아갈 수 있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음파는 대기 중에서 초당 약 340m의 속도로 전달되고, 바닷물에서는 초속 약 1530m로 움직인다.
초음파는 액체뿐 아니라 고체에서도 잘 전파된다. 이 때문에 각종 비파괴검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초음파를 제품의 한 쪽에서 넣고 다른 면에서 반사되어 오는 초음파를 수신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기공, 균열, 결함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여러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압전효과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압전효과는 물체에 기계적인 압력을 가하면 전압이 발생하고, 역으로 전압을 가하면 기계적인 변형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초음파 진동자에 전압을 가하면 압전효과에 의해 전기적 파동이 물리적 파동으로 변환되며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반대로 물리적 진동 신호를 전기적 신호를 바꾸는 과정을 통해 초음파를 수신한다.
초음파가 산란 및 흡수되는 과정에서 초음파의 파동 역시 감쇠된다. 이런 감쇠 현상은 주파수가 높을수록 심해져서 초음파가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진단하고자 하는 장기의 위치와 속성 등에 따라 사용되는 초음파의 주파수 대역이 달라진다.
갑상선이나 유방 등의 피부 가까이에 위치한 장기의 진단에는 7.5~10MHz, 안과용으로는 7.5 ~12MHz의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가 사용된다. 반면 심장 진단에는 2~3MHz, 복부 초음파검사에는 3~5MHz의 낮은 주파수의 초음파가 사용된다. 그리고 진단 목적이 아닌 치료용 초음파 기기, 즉 결석 치료를 위한 초음파 파쇄장치나 세척용 초음파 기기는 수십kHz 수준으로 훨씬 더 낮은 주파수 대역이다. 온열치료용 초음파 기기는 수백kHz 정도 주파수 대역의 초음파가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