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11.21 14:31:50
인천에서 채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선양에 도착했다. 중국은 어찌보면 정말 가까운 나라다. 하기야 우리와 육지로 경계를 공유하고 있는 두 나라 중의 하나이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비교적 맑은 날씨다. 전에도 와 봤지만 (그러고보니 그 때도 감기 때문에 약을 먹어야 했었다) 분위기는 역시 우울하다. 비행기에서 사람들은 잠시라도 빨리 내리려고 서로 밀친다. 질서라곤 찾아볼 수 없다. 스튜어디스도 물을 성의없이 주어 거의 놓칠 뻔 했다. 그래도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아마 우리도 전에 그랬을 것이다. 거리 좌우로 아무렇게나 심어져있는 플라타너스, 이미 여기는 겨울이라 그런지 푸른 곳이 없다. 사람 손길이 닿은 것 보다 안 닿은 곳이 대부분인 느낌이다. 사방은 공사로 시내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덩그러니 놓인 시멘트 골조물이 흉물스럽다. 여기도 선진 자본국이 밟은 잘못된 길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후발주자는 왜 그런 잘못없이 바로 갈 수는 없을까. 우리 인간은 역사를 배우지만 시행착오는 여전히 반복한다. 경험하지 않는 한 느끼기 힘든 것일까... 어느 한 곳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곳 없이 잘 정돈된 일본과는 너무 대조되는 모습이다. 산만하다. 사람은 어느 곳이든 많다.
연구소 게스트하우스는 역시 예상한 대로였다. 방은 two bedroom으로 가족이 살 수 있는 집이었다. 하지만 내부 시설은 조잡하다. 히터도 되지 않는다. 상당히 쌀쌀하다. 그래도 짐을 정리하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여기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생활에서의 불편은 곧 적응될 것이다. 오히려 조용한 이곳이 마음에 들 것이다. 6시가 지나자 출장갔던 후이밍이 돌아와 식사를 하러 나갔다. 방문을 여니 누군가 머리 염색을 하는지 염색약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알고 보니 일층 사무실 근무자가 사무실에서 염색을 한 모양이다. 그것도 문을 열어놓고 하니 온 층에 퍼질 수 밖에.... 여기는 중국이지 하고 금방 받아들이려고 한다..... 시내 길가에 서 있는 음식점이나 호텔은 거창하지만 하나 골목을 들어서면 금방 허술하다. 저녁 후 감기로 내 몸이 불편하다고 하자 후이밍이 곧바로 발 마사지 집으로 데리고 간다. 밖에 나오니 어느샌가 눈이 하얗게 쌓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녁에는 영하 8도란다. 겨울이 실감이 간다. 발 마사지는 한국보다 잘하는 것 같다. 그러나 등 마사지는 한국과 비슷하다. 공기병으로 자국을 심하게 낸다. 그래도 기분이 가뿐하다. 집에 들어오니 그 사이에 후이밍이 연락하여 히터를 고쳐놓았다. 중앙난방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도 방안의 따뜻한 느낌이 안심이다. 방안에서 인터넷도 연결하니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된 느낌이다. 모든 것이 아직은 눈에 낯설지만 내일이면 나이질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1시가 다 된다. 이제 자야 할 시간이다.
하루 간의 우여곡절 끝에 이제 여기생활도 적응된다. 낮에 부는 살을 에이는 바람도 밤이면 잔잔해진다. 밤에 온도는 내려가지만 체감온도는 오히려 높은 것 같다. 저녁에 집에 가는 길이 그리 춥지 않다. 어제는 백화점에 가서 오버코트를 샀다. 덕분에 아주 따뜻해졌다. 이제 어디라도 가겠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내복을 입는다. 내복을 입는 습관이 안된 나는 오히려 안 입고 활동하는 것이 낫다. 오늘은 4시에 차 마시는 시간이 있다. 스탭들만 모이니까 어딘가 빠져있는 것 같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전체 실험실 어떻게 돌아가는가 이야기하고 방향도 정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대추를 먹는데 아주 크고 맛있다. 아삭한 느낌이 사과 같지만 씹히는 느낌이 사과보다 훨씬 부드럽다. 모처럼 마시는 원두커피가 아주 좋다. 떱떨한 맛, 중국에서 나는 커피라니 정말 여기서는 안 나는 것이 없다. 얼마 전 발명하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중국에 모든 제품 전시회에 갔다 와 한 말이 생각난다. 자기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고 했다. 그게 중국의 저력이다. 그래서 자기는 더 이상 발명 안하겠다고 했다...
점심을 12시 20분 정도에 갔는데 벌써 음식이 떨어지고 덜렁 한 접시 남았다. 할 말이 없다, 짠 김치라도 있으니 밥이 들어간다. 저녁에도 5시가 조금 지나서 갔는데 벌써 음식이 절반이 없어졌다. 도대체 언제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저녁 먹고 학생이 탁구치자고 해서 이 건물 위쪽에 위치하고 있는 곳에서 탁구를 쳤다. 날씨가 추워 신발은 샀지만 도저히 밖에서 운동할 수가 없다. 땀이 나니 살 것 같다. 매일 탁구를 통해 기본 체력을 관리하는 수 밖에 없다. 한 시간 정도 하면 될 것 같다. 얼었던 몸이 풀어지는 갓 같지만 여전히 손은 거칠거칠한 느낌이다. 무엇인가 개운치 않다. 어쩔 수 없다. 사우나도 없고 헬스도 없고 스쿼시를 할 수도 없고... 여기는 아주 건조하다. 살이 갈라지는 느낌이 든다. 내일은 슈퍼마켓에서 로숀을 사야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아무 것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모두 몸이 가렵다. 건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샴푸도 있어야겠다. 머리 꼴이 말이 아니다. 아파트는 이제 전기히터도 갔다 놓아 조금은 나아졌다.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책도 1/3은 구상이 끝났다. 내일부터는 광학을 어떻게 넣어야할지 고민해야겠다. 내일부터는 중국어도 배운다. 기대된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항상 흥미있는 일이다.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이틀 만에 이제 나도 중국사람 다 된 것 같다. 시내 나가면 정신없이 휘황찬란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 투성이다. 서비스 엉망, 청결 엉망, 하기야 이 사람들이 서양처럼 잘하고 살면 전 세계 자원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의 가치를 서양의 눈으로 보면 안 된다. 중국은 이렇게 살 것이다. 개개인은 다 부자일 수 없지만 국가는 부강한 나라가 중국이다. 이 점에서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개개인은 부자지만 나라는 가난한 나라이다. 아이들은 순박하다. 열심히 일하는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람을 속이려 하지는 않는다. 영어를 한마디라도 알아들으려 애를 쓴다.
오늘부터는 여기 학생들과 일대일 토의가 시작되었다. 영어를 못해 고생하는 사람, 수줍어 말하기 어려운 사람.... 그러나 영어를 못해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학생이 있다. 일도 아주 잘 정돈되어 있다. 이것은 무슨 차이 때문에 그럴까? 우리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할까.. 어떤 학생은 우리 그룹이 무슨 일을 해 왔는가를 아주 잘 분석하여 내가 왜 그렇게 실험주제를 선택해왔는가 묻기도 했다. 전에 우리 실험실에서도 상대그룹을 잘 알아야 된다고 강조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조직적으로 다른 경쟁그룹을 조사하는 애들이 있을까.... 아예 표를 만들어왔다...
저녁에 중국어 배우는 일이 시작되었다. 사성 연습이 시작이다. 리보라는 친구가 끈질기게 연습을 시킨다. 발음이 어렵다. 그 쉬운 니 하오도 변화가 있다. 닌 하오가 존댓말인 줄 처음 알았다. 매일 한 시간씩 얼마나 배울지 모르지만 그래도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끝난 후 탁구연습을 했다. 오늘은 잘 집중이 안 된다. 생각이 흩어진다. 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지친다. 마음이 지친다. 집중이 잘 안 된다. 무엇에 매달려 사는가. 내 이기적인 생각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까. 내 마음의 욕심, 집착, 모두 버리고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외국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외롭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혼자 있는 게 익숙해진 것이다. 사랑을 준다는 것,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가끔은 사치스러운 때가 있다. 나는 이렇게 그냥 나인데 언젠가 또 혼자가야 하는 먼 길이 가까워오는데 사랑이란 것이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혼자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실험실 사람들에 그렇게 집착하고 힘들어하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 모두 각자의 삶이 있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모두들 언젠가 각자의 삶 속으로 잊혀져 갈 텐데 난 왜 지나는 구름을 보며 그렇게 아쉬워할까. 이 형태의 구름도 저 형태의 구름도 모두 한갓 구름일진데 왜 난 이 모양이 되어야 한다고 고집할까. 왜 그렇게 마음에 두는가. 모두가 자기가 선택하는 모양들인데... 설사 그 그림이 나쁜 그림이라 하더라도, 금방 비로 변하여 사라진다 해도 그들이 그리는 그림들 아닌가. 그들 삶속에 내가 들어오기를 꺼려하는데 난 왜 들어가려 할까... 이제 나도 내 그림을 그려야하지 않을까... 실험실의 그림이 아닌 내 그림을, 모두가 그러한 것처럼...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어야겠다. 쉬고 싶다...
어제는 집에 일찍 들어가 쉬면서 채널을 틀다가 전에 보았던 아서왕이라는 영화를 중간부터 봤다. 영어여서 그런지 느낌이 새로웠다. 리차드 기어가 랜슬롯이라는 주인공이 나와 멋있지만 숀 코넬리의 아서왕이 내게는 더욱 멋있어 보였다. 숀 코넬리는 젊을 때보다 나이 들어 더 멋있어 보이는 배우이다. 중후함이 묻어 나온다. 나도 그 나이에 저런 중후함이 생길까 의심스럽다. 하기야 그는 젊었을 때 007로 나오는 미남이었으니 산적같이 생긴 난 어림도 없을 것이다^^ 렌슬롯이 악당한테 잡혀간 여왕을 구해 오자 아서는 렌슬롯에게 카멜론 왕국의 기사가 될 것을 제안한다. 이 때 렌슬롯은 여왕을 사랑하고 있는 터라 마음이 내키지 않아 왕이 자기가 누구인지 알면 그런 제안을 하지 않을거라 말하며 아서왕에게 그런 제안을 거절한다. 그런데 이때 아서왕이 한 말이 인상적이다. 상대를 받아들일 때는 그 사람의 좋은 점 뿐 아니라 나쁜 점도 같이 받아들인다고 한다. 아서왕의 그릇의 크기가 보이는 대목이지만 이 말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이후로 렌슬롯은 아서왕의 기사가 되어 충성을 맹세하지만 결국 여왕을 사랑한 죄로 재판을 받게 된다. 렌슬롯이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렌슬롯은 결국 아서왕을 도와서 악당들을 물리치고 왕위를 물려받는다.
과연 아서의 말대로 그 사람의 좋은 점 나쁜 점 모두 받아들이기가 쉬울까. 나는 영어의 he may be a fool but he is mine 이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이 말은 실천하기 어렵다. 사람이 어떤 사람을 믿기로 작정했어도 살다보면 그런 믿음이 깨질 때가 많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면 서로에 대해 실망하게 되고 믿음이라는 것이 깨질 때가 있다. 또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단점을 보게 되고 더 실망을 하게 된다. 이런 인간에 대한 실망감은 때로는 배신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역사는 가장 가까이에 적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 인간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무엇을 해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과연 가능할까.. 아니 사람은 변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의 변화까지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마음... 세종의 신하에 대한 끝없는 믿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오늘은 날씨가 풀렸다. 그런데 밤이 되어도 바람이 분다. 엊그제 추울 때와는 반대다. 추울 때는 낮에는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굉장히 낮은데 오히려 밤에는 바람이 없어 그렇게 춥지 않게 느껴졌다. 여기 학생보고 왜 그러냐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밤에는 바람도 쉰단다. 괴롭힐 사람이 모두 자니 자기가 잔단다. 중국인다운 유머다. 오늘 낮에는 왜 바람이 부냐고 했더니 바람도 가끔 미친다고 한다. 재미있는 친구다. 멀리 란주 근처에서 온 촌놈인데 사귐성이 있다. 나도 이런 마음의 여유를 배워야겠다. 연구란 장거리 마라톤이다. 그러니 학생들을 너무 나무라지 말자. 열 번 실망시키면 열 번 믿어주면 되지 않은가...
살 에이는 심양의 북풍도 한 밤이면 잔잔한데
남쪽서 불어오는 내 고향 훈풍인데 왜 이리 시리울까
북적대는 인파 속에 내 마음 둘 곳이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