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summary of Director Hahn's regular guest column "The role of experts during disasters" published in Seoul Newspaper on Nov. 16, 2020 (see below for the original Korean manuscript):
Hahn recalls the controversy and ongoing lawsuits over many deaths and illnesses caused by the sales and use of antibacterial chemicals in humidifiers. Despite recent research findings which demonstrated the toxicity of such substances being ejected with mist vapor from a humidifier, rebuttals from the manufacturers of the antibacterial chemicals are causing a long and arduous legal battle to prohibit their use. Their potential harmful effects, which have not been investigated thoroughly by the relevant health and safety officials and experts, are left for the consumers to experience first-hand. In the absence of attentive professionals to inspect and ensure the reliability and safety of the various products on the market, the public is inevitably cautious about all of them.
Along with a heartfelt plea for this controversy to be settled and the victims properly compensated, Hahn emphasizes the social responsibility of all experts in their respective fields to voice their knowledge, for the sake of combating and preventing large-scale disasters such as COVID-19. Finally, he quotes the current NBC news ending phrase, "Please take care of yourself and each other."
다시 겨울이다. 며칠 전 추운 날씨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광장에 나와 기자회견을 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제조사의 반대로 법정 채택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건강 피해 경험자가 약 67만 명, 그 중 최소 1만 4천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사참위는 추산한다. 위해 제품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삶이 망가진 참혹한 인재가 아닐 수 없다.
2003년 겨울, 필자의 아내가 가습기살균제를 사가지고 온 날 저녁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과연 안전할까’라는 의심이 들어서 사용 여부를 두고 아내와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물리학자인 필자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가습기 속 곰팡이나 균을 없애려면 어느 정도 독성이 있을 것이고, 이 독성이 몸에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싶었다. 호흡기 질환으로 돌아가신 부친 때문에 호흡기와 관련된 제품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가습기 원리상 화학물질이 바로 물분자처럼 작게 나뉘어서 코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찜찜했다. 나의 이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 사용하고 정부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라고 주장하는 아내를 이길 수 없어서 일단 사용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아내 몰래 정량의 절반만 넣거나 어느 때는 넣는 시늉만 했다. 나중에는 결국 아내를 설득하여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절반 이상이 남은 가습기살균제를 변기에 부어버리는 것으로 이 제품과는 완전히 이별을 했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내가 이 금 배지로... 최소한 한 사람은 더 살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못했어. 그렇게 안 했다고!”라고 자책하는 주인공의 대사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을 피했다는 안도감보다는, 주변 사람에게 사용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못한 후회가 크게 남아있다. 과학자인 필자도 위험성을 확신하지 못했는데, 일반인이 현대생활에 사용되는 모든 제품의 안전성을 다 알기는 불가능하다. 각종 매체에 광고가 쏟아져 나왔고, 정부에서 판매를 허가했으니 일반인들은 안정성이 보장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테다. 때문에 1차적인 책임은 제품을 만든 기업에 있지만, 이런 제품의 판매를 허가해 준 정부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전 알레르기가 없었는데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몇 년 뒤부터 봄철이나 조금이라도 먼지가 있으면 코가 민감하게 반응하여 자주 코를 훌쩍거리곤 한다. 이전에는 없었던 이런 몸의 변화에 대해서 필자는 가습기살균제를 의심하고 있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거나, 가습기살균제가 아닌 다른 요인일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질환이 심하지 않고 증명할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10만명이 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일반인이 모든 제품을 의심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의 역할과 책임을 절실하게 느낀다. 초기부터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대중에게 알릴 단체나 전문가가 없었는지 안타깝다. 과연 가습기살균제의 화학적 성분을 알고 있었던 관련 전문가들도 집에서 이 제품을 사용했을까? 코비드-19와 기후 위기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재난에 고도의 과학적 이해가 필요한 요즘, 전문가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미 피해를 본 분께는 도움이 되지 못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문가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분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만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시민과 정치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부디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이 빠르고 완전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코비드-19 발생 후에 미국 NBC뉴스는 항상 “Please take care of yourself and each other”이라는 앵커 멘트로 마무리를 한다. 예기치 않게 닥치는 현대의 재해들로부터 우리도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그리고 서로를 돌보는 마음으로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한다.
서울신문 칼럼 링크 (Seoul Newspaper guest column URL):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1117029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