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아침새벽 3시. 옆 방 사람의 소리에 잠을 깼다. 어제는 그 전날 도착할 때 pub에 마셨던 맥주 때문에 머리가 아팠었는데 어젯밤 맥주는 다른 종류를 먹었는지 아니면 양이 적었는지 지금은 개운하다. 조금이면 귀국이다. 벌써 창밖이 밝아졌다. 위도가 높아 백야처럼 보일까. 아직은 백야가 아닌데도.. 삼년전 온 곳이니 이곳이 익숙하다. 모든 것은 변하지 않았다. 현란한 꼬리를 뽐내는 공작도, 삐걱거리는 숙소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구름과 비도.. 일하는 사람 빼고.. 어리숙한 내 말을 포함해서.. 사람은 그냥 변하는 것이 순리인데 난 아직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런던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정말 시시각각이다. 잠깐 비가 오다가 금방 밝아진다. 해가 나오면 금방 따뜻해진다. 내 우울한 내 마음처럼..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에 텅 비워진 느낌은 무엇일까.. 따뜻함이 없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들이 나를 몰아세우는 것일까. ‘나’가 아닌 내가 없다. 논리로 무장한 일상의 하루가 내 마음이 지친 탓일까. 따뜻한 내 마음이 없다. 삭막한 사막이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몸은 쉬고 있지만 따뜻한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비워진 느낌..
말만 어리숙한 것이 아니다.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들이 조금씩 비뚤어진 느낌이다. 뛰어나오는 단어들이 어설프다. 속도가 느리다. 내 머리에 들어오는 단어들도 적절히 들어오지 않는다. 가끔은 그냥 지나간다. 덕분에 중요한 것들만 반복해서 기억하고 저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많은 말들을 하지만 사실 소소한 일상들이고 별로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 아니 그런 일상들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중요한 것이 되는 것일까. 사랑이라는 것도 행복이라는 것도 그런 것일까. 내가 아는 기억들도 작은 일상이 되어 전체의 ‘나‘로 보여지는 것일까. 하기야 나의 전체 언어능력이 소소한 단어들을 암기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발표하는 사람들도 모두 각색이다. 젊은 영국 친구들을 보고 스스로 반성한다. 정말 발표 잘한다. 두 사람의 여자교수 증 하나는 또박또박 발표하지만 연구를 잘한다는 느낌은 없는 반면 다른 친구는 정말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한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 차이는 개인의 능력이겠지만 두 사람 정말 준비한 결과가 보인다. 내가 말이 어리숙하다고 자위하지만 과연 그럴까. 내가 대학원시절 13분짜리 미국물리학회에 발표할 때는 11분 정확히 끝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군데기없는 내용을 정확히 암기했었다. 일주일 전에는 매일같이 아침 화장실에서 연습했었다. 결과는 마치 미국사람처럼 정확히 발음하고 유창하게 보였다. 그 당시 안 것은 미국 여학생인데 밖에서 쉬면서도 주절주절 발표 연습하는 것을 보고 모국어가 아닌 나는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난 누구인가. 이제 난 대학원생 정도의 언어 수준이 이니던가. 영어든 우리말이든.. 그런데 그때처럼 발표를 준비하지 않는다. ppt 내용을 숙지하는 정도이다. 내가 그 때처럼 그렇게 연습했을까. 아니 그랬다면 젊은 여자교수보다 잘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내 뇌 탓이 아닌 것이다. 대학원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잃어버린 단어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전화기 사전도 있으니 더 빨리 암기할 수 있다. 게으르지 말고 영어 책 읽고, 말로 훈련하고.. 적어도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 우울함도, 텅빈 마음도, 사랑도, 행복조차도, 나에게는 모두 사치가 아닐까. 다음 로마 미팅에는 도전해보자. r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