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올해 추석은 유난히도 길어 보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쉴 수 있는 절회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나에게는 왠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몇 달동안 쌓인 피로 때문에 많이 쉬면 좋을 듯 싶지만 너무 오래 쉬면 피로가 오히려 쌓이는 스타일이라 왠지 시작이 개운치 않았다.
추석은 말 그대로 작물을 거둬들이고 식구들이 모여 그 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날이다. 농경사회의 산물일 것이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특히 쉬고 먹는 이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추석이 너무 좋았다. 그나마 무엇인가 먹을 수 있었고 고깃국도 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 고깃국이라 해봐야 닭 한 마리 삶고, 고기는 따로 내어 그릇 당 몇 점씩 나누 놓은 것일 뿐인데 그때는 얼마나 맛있었는지... 제사가 끝나면 옆에서 기다렸다가 밤 대추 등 과일 차지하기 경쟁을 했다. 형제, 사촌이 많은 우리 집은 이런 것들이 경쟁이었다. 어른들한테 혼나도 먼저 차지하면 하나라도 더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이 날은 유일하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으니 우리 기억에는 그저 즐거운 추석이었다.
살면서 결혼도 하게 되고 또 음식을 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세대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추석은 아녀자 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부담스러운 날이 되었다. 전에는 여자들이 당연히 하는 요리였지만 사회가 도시 문화로 바뀌면서 이런 모든 일들이 가사노동으로 변했고 여자도 같이 일하는 그런 상황에서 추석은 그저 골치 아픈 명절이 되었다. 여자가 힘들어하니 추석에 모이는 것이 꺼려지게 되고 일을 같이 거들어도 그런 분위기는 숨길 수 없다. 그 불만이 남자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떠난다.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사회 풍토이고 변하고 있다.
이번 추석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자그마치 5일이나 쉰다. 시작부터 아득하다. 체육관도 모두 쉬니 운동해 풀 수도 없다. 수요일은 청소, 설거지 모두 남자들의 몫이고 음식요리도 거들었다. 이제는 별로 불편함도 없다. 모처럼 밀쳐놓은 집들이를 한다고 일찍 오라고 했으니 지루함없이 잘 진행되었다. 그렇게 추석날을 보내면 오전에 형제들은 모두 귀향길이다. 늘 그렇듯이... 오후부터는 몸의 피로가 몰려오고 모두 잠을 자기가 일쑤이다. 낮잠을 자도 저녁에 또 잠이 온다. 평소에는 가능하지 않은 것들이다.
요즈음 우리는 제사상 차리기가 힘드니 예배로 제사를 대치하고 있다. 음식을 안해도 되니 편리하다. 모두 돌아가면서 감사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사실 살면서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숨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지만 그래도 따지고 보면 감사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엄마가 아직도 건강한 것, 화경이가 월급 타 큰 고모 선물한 마음씨, 내가 아직도 건강하게 버티고 있는 것, 모두 감사한 것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정말 간사하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이 하루를 버티지 못한다. 토요일 날 점심에는 모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어 여동생 식구들과 외식을 하기로 했다. 모처럼 개운한 것이 먹고 싶어 시내 보리 굴비집을 가기로 했다. 지름길로 갈까 싶어 수원역 앞으로 갔는데 내가 그만 길을 잘못들어 돌아갔다. 그 사이 엄마는 차멀미하여 토했다. 그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돌아와서도 엄마는 계속 불편한 듯이 보였다. 내가 잘못했나 싶어 우울했다. 그냥 가까운데서 먹었으면..., 가던 길로 갔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하는 후회함이 있었다. 노인들은 명절 때 잘못 먹어 큰 일이 날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 그날 저녁에도 무척 불편했다. 그날 저녁도 또 먹을 것 때문에 고민하니 괜히 심사가 뒤틀어졌다. 그래서 라면 먹고 설거지 하고 방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감사한 마음이 모두 흐트러진 것 같아 우울했다.
아침에는 여느 때처럼 운동을 하고 학교에 나왔다. 다행히 엄마도 괜찮아진 것 같다. 아무도 없는 공간이 나를 편하게 만들었다. 너무 오래 쉬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렇다고 사람 많은 곳에 다니기는 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나는 정말 일 중독일까. 정말 일하다 쉬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그렇다면 일하는 편이 낫다. 쉬면서 불편한 것보다 일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더 편하다. 몸은 고될지라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없다. 감정소모전은 정말 견디기 어렵다. 난 도무지 자격이 없는 삶일까.. 가정이라는 것이 유지하기가 정말 힘들다... 어느 선택이 모두에게 행복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