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토의와 주장의 차이는 뭘까? 영어로 토의를 discussion 이라고 하여 동의어를 찾아보면 conversation, debate, argument, talk, chat, dialogue 등이 나온다. 열띤 토론, 혹은 논쟁이라는 의미의 debate라는 말이 눈에 띈다. 그보다 더 나은 표현은 대화, conversation하는 것이다. 더 쉬운 말은 그냥 talk이다. 그런 반면 주장이라는 말은 assertion이라는 단어를 치면 statement, claim, contention, affirmation등의 말이 나온다. claim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이 말은 주장한다는 말이다. 두 말은 비슷하지만 뉘앙스는 다른 것 같다.
이번 몇 개월간의 학회 참석을 통해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느낀 것은 주제가 좁은 학회의 경우 한 가지 사항에 대해 열띤 논쟁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열띤 논쟁이 끝난 후에는 아무런 감정적인 앙금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토의 혹은 논쟁일 것이다. 인문학자간의 논쟁은 종종 주장에 가깝다. 왜냐하면 자연과학자간의 논쟁은 대부분 관측사실에 근거한 것이지만 인문학자간의 논쟁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기보다는 많은 경우가 가설에 근거한 주장에 가깝다. 사실 자연과학분야에서도 논쟁이 깊어지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른 것이 많고 그런 경우 가설에 근거하여 논쟁하기가 쉽고 그런 경우 주장만 되풀이하여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지만 뒤 끝은 개운치 않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증명이 되지 않은 가설 때문에 싸우기 때문이다.
사실 연구소나 실험실에서도 이런 사실과 가설을 구분하여 논쟁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구분하여 논쟁하면 아주 단순하다. 명쾌하다.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가설인가가 분명하면 서로에게 편하다. 사실에 근거하여 논쟁하되, 확실치 않은 경우에는 가설이라 미리 말해도 되고 나 개인의 소견이라고 정의하면 서로에게 정리하기가 편하다.
그런데 가끔 격렬한 논쟁의 뒤 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필시 가설에 근거한 주장이 난무할 때이다. 학생들의 경우 이런 잘못을 저지를 때가 많다. 학생들이 연구 논문을 토의하기 위해 교수를 만나면 쉽게 절망하는 경우가 있다. 가설에 근거한 토의의 경우 교수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학생에게 근거를 요구한다. 그런 경우 학생은 자료에 근거하지 않았으니 말문이 막히기 일쑤이고 돌아가 다시 자료에 근거한 토의를 준비해야 한다. 훈련이 잘된 사람일수록 자기가 어디까지 알고 말하고 어디부터 주장인지 미리 설정하고 말한다. 그러면 토의는 무사히 진행된다. 사람들이 내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으면 필시 나는 주장이 강한 사람일 것이다.
간혹 고집이 센 학생들이 있다. 난 연구자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집을 부리려면 논리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를 해야한다. 그런데 초보자의 경우 이 구분을 하지 못하고 그런 경우 토의에 있어 진전이 없다. 전에 내 지도교수한테 언제 학생을 졸업시켜야 하냐고 물었을 때 학생이 자신을 상대로 토의하기 시작하면 졸업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때 토의는 사실에 근거한 토의이어야 하고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여 말할 수 있을 때이다. 가설이 너무 많을 때는 그야말로 횡설 수설이다. 하늘의 별을 보고 아직도 상상의 나래를 많이 펴는 것은 그야말로 별에 대해 아직도 아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할까? 교수로서는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이런 학생들은 내버려두면 산으로 간다. 자기가 옳다고 주장만 하지 발전이 없다. 명견만리가 끝난 후 어느 시청자로부터 장문의 한문 편지를 받았다. 자기가 인류를 구원할 에너지원을 찾았는데 대통령을 비롯하여 과기부장관, 교수들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아 인류를 구원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분이 무엇인지 몰라도 광장한 것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이 분의 문제는 사실에 근거한 주장보다는 가설에 근거한 주장이 많아 설득력이 없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자기 주장이 강한 학생은 그야말로 산으로 갈 수 있다.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간다. 아니 그렇게라도 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적어도 실험실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언젠가 그 길을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학생들을 중간에 간섭하면 아마 간섭한다고 엄청 싫어할 것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깨닫지 않는 한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운 이야기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주어진 기간에 학위를 해야한다. 인간이 몇백년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기간동안 효율을 최대로 올려야하는 것이 또한 이루 앞에 놓여진 제한조건이다. 교수하기도 힘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