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2012.02.03 19:57:53 >
- Writer이영희
- RegDate2013-04-10
- Hit15223
- 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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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2.02.03 19:57:53
포르투갈의 리스본은 거리가 멀어 부담이 있는 곳이었다.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창구에 사람이 넘쳐난다. 직원한테 물어보니 짐이 없으면 편하게 체크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쉽게 체크인을 했지만 마일리지가 체크도 안 되고 비즈니스로 업그래이드도 안되는 특별한 티켓이다. 아마 싼 티켓을 구하기 위해 프랑스에어로, 그것도 탱고티켓이라고 바꾸기가 안 되는 티켓이다. 편한 비상구 자리를 원했지만 이미 나가고 없다. 칼라운지도 쓸 수 없단다. 이래저래 고생이다 생각했는데 탑승하면서 비즈니스로 좌석을 바꾸어주었다. 너무나 뜻밖이어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지만 긴 여행을 생각하면 너무 다행스럽다. 시작이 좋다. 파리에서 2시간 차이를 두고 다시 리스본 비행기로 갈아타고 2시간 남짓 가니 유럽의 서부 끝까지 왔다. 밤에 내리니 풍경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쌀쌀하지만 바람이 없고 영상이다. 택시를 타고 오니 비행장에서 아주 가깝다. 밤 11가 되어 오자마자 샤워하고 그대로 잤다.
새벽 5시쯤 일어나니 이 박사로부터 연락하라는 문자가 왔다. 일찍 도착한 모양이다. 7시부터 아침밥이다. 아침은 평범한 뷔페다. 베이컨 구워진 상태를 보니 주방장의 솜씨가 엉망인 것을 알 수 있다. 기름이 전혀 빠지지 않아 구수한 맛을 잃었다. 아니라 다를까 버섯 볶음을 제외하고는 맛이 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유럽의 아침은 독일이 최고다. 따뜻한 삶은 계란에 갓 구은 따뜻한 빵이 최고다. 여기는 빵도 모두 차다. 커피는 진하지만 먹을 만하다. 과일 모듬은 그나마 먹을 만하다. 같은 재료를 갖고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기야 같은 사람이라고 모두 같을 수 없으니 너무나 당연한 것일 것이다.
7:30에 이박사가 호텔로 찾아왔다. 일단 지하철을 타고 시내 관광안내소를 가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시내에 나가니 사람이 없다. 모든 사무실 문도 닫혀있다. 다행히 스타벅스 커피집은 열려있다. 미국인들의 사업이 여기서도 통한다. 시간을 기다려 안내소에 가서 이것 저것 물었지만 아 안내 아가씨 무엇이 불만인지 웃지 않는다. 잔뜩 볼멘 소리로 사무적으로만 대답한다. 하긴 일요일 근무라 짜증이 날지도 모른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로 웃음이 없다. 왜 그럴까. 포르투갈은 과거에는 전 세계에 식민지를 둔 제국이었다. 지금은 쇠락하여 그리스 다음으로 유럽에서 문제가 있는 나라란다. 사람들의 연봉이 매년 10% 이상 깎이고 있다고 한다. 쉬운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웃음이 없어졌을까... 민족의 특성일까... 생활고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으면 슬픈 일이다. 웃고 살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시내는 의외로 좁아서 걸어 다니기가 좋았다. 도시는 아주 잘 정돈 된 느낌이다. 스페인 풍의 밝은 건물들 색깔이 인상적이다. 하얀 색과 주황색의 조화... 나에게는 너무나 이국적인 색깔이다. 언덕 어느 한군데 빈곳이 없이 모두 건물이 들어차 있다. 언덕 곳곳에는 전차가 다니는 길이 있다. 카사이스라는 곳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기차라기보다는 전철이다. 기차는 해변을 끼고 달린다. 모든 역에 다 쉬고 천천히 달린다. 우리나라 경춘선의 느낌이있다. 바다를 끼고 언덕에는 모두 잘 사는 사람들의 집으로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내에 비해 부티나는 곳들이다. 45분을 그렇게 달려 카사이스에 도달했다. 해변을 그렇게 달리니 이곳이 꼭 섬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곳은 유럽 최서부의 대륙이다. 유럽인들이 휴가로 온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아름답고 한적한 곳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이 겨울인데도 이만큼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시즌에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간다. 카사이스는 아주 잘 가꾸어진 도시이다.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아침에 출발할 때는 쌀쌀했는데 여기서 돌아다니니 땀이 난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는 푸르른 날이다. 산에는 소나무로 가득 차 있다. 그것도 고송들이다. 기후가 소나무가 자라기 적당한가 보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 사람들은 택시 기사까지 모두 영어를 할 줄 안다. 그런데도 유럽에서 못사는 나라이니 영어만 잘한다고 만사는 아니다. 아니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할 필요가 없다. 역설적으로 영어를 잘하니 미국의 영향 하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닌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서조차 자기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장점으로 살리는 것이 사는 길일 것이다.
이곳의 석양은 정말 아름답다. 황혼의 외로움보다는 그리움이 절로 묻어나는 느낌이다. 곳곳에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띤다. 보기가 좋다. 저녁 때쯤 역에 다시 돌아오니 배가 고프다. 역 근처에 맥도널드가 눈에 띠어 한 끼 Ep우자 발길을 바꾸는데 가보니 상가에다 곳곳에 음식점이 눈에 띄어 좀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우연히 꺽은 몇 발자국 걸음걸이 끝에 바로 파란 바다가 펼쳐졌다. 주위의 건물, 바닷물에 깎인 이국적인 바위들이 어울려 기막힌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한 그룹의 새소리가 끊임없이 전해온다. 그 바닷가 음식점에 앉아 음식을 먹으니 이보다 더 부러운 것이 없었다. 조그만한 음식점에 모두 남자 종업원이다. 종일 걸어서 그런지 온 몸에 땀 냄새가 스물스물 베어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모두 웃지 않아 혹시 내 몸에서 나는 냄새일까 생각했지만 그리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보기와는 달리 아주 친절했다. 아마도 문화인 모양이다. 난 생선을 먹기로 했는데 BREAM이라는 생선이 눈에 띠었다. 무엇인가 궁금해 했더니 아예 생선을 가져와 보여준다. 우리나라 도미 종류다. 그릴로 시켰는데 정말 기름도 넣지 않고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 내 왔다. 너무 단백하고 간이 맞아 나한테는 최상의 디쉬였다. 가격도 13유로니 적당했다. 역에 돌아와 시간이 있어 이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니 정신아 번쩍 난다. 이박사는 전철을 타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시차와 하루의 피로가 모두 온 셈이다. 리스본에 도착하니 피곤하여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호텔이름을 알려주니 헷갈려 한다. 겨우 이해하는 듯 했는데 이내 차를 뒤로 돌리더니 미친 듯이 달린다. 그리고 끝도 없이 돌아간다. 무엇이 잘못되어 간다고 보고 천천히 가라고, 그리고 너무 돌아간다고 불평해도 기사는 아랑곳없다. 자기가 맞다고 한다. 그렇게 돌아서 도착한 호텔이니 당연히 가격이 몇 유로 더 나왔다. 이 기사는 아마도 약을 먹었는지 정신이 없다, 우리를 내려두고는 또 도망치듯 속도를 내고 달린다. 이런 택시 또 만날까 싶다. 우린 그저 안전하게 도착한 것 하나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호텔에 도착하여 종일 쌓인 피로를 내리기 위해 탕에 물을 받아 들어갔다. 온몸의 피로가 저 멀리 도망가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정도의 여유를 낼 수는 없을까.......
눈을 뜨니 월요일 아침이다. 아주 잘 잔 밤이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학회장에 갔다. 학회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가기가 쉬웠다. 이 학회는 모두 산화물 및 유기 반도체만을 다루는 전문 학회다. 나노튜브도 필름형태이니 날 초청했을 것이다. 많은 부분이 생소했지만 사실 그렇게 때문에 더 배울 것이 많은 학회이기도 했다. 특히 소자의 안정성 테스트하는 논문이 눈에 많이 띄였다. 우리도 어렵게 연구하는 분야여서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판이 특성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CNT의 안정성 특성이 다른 유기 및 산화물 반도체와 어떤 특성이 다른가를 보면 될 것이다. 데이터를 표현하는 방법도 우리와 달랐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학회였다. 300여명의 전문가가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이틀동안 토의하니 알찬 학회다. 저녁에는 루소라는 유명한 음식점에서 뱅큇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시내에 위치해 있는 곳이어서 각자가 찾아가야 한다. 난 다른 이태리 프랑스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그 곳으로 갔다. 다시 걸어서 한참을 언덕으로 올라가니 중간에 광장도 있다. 광장은 유럽문화의 특징이다. 음식점은 이곳의 전통음악인 Fado를 즐기며 먹는 곳이다. 대중 가요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페라 형식도 아닌 중간의 형태다. 악기보다는 목소리로 거의 모든 것을 표현한다. 우리나라 시조나 창하고는 다르지만 느낌은 비슷했다. 노래의 정서는 슬픔이다. 뜻은 모르지만 노래마다 슬픔이 뭇어 나온다. 그 사이로 그리움과 미움의 감정이 섞여있다. 특히 몇 명의 가수가 식당의 곳곳에서 동시에 노래를 불러 손님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특별하다. 이 나라도 스페인에 점령당한 적이 있다는 것을 참작하면 우리나라 아리랑의 정서도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나라 국민들의 웃음기 없는 얼굴과 어느 정도 상통하는 것이 있는 듯 했다. 중간 중간의 포크댄스는 우리의 흥을 돋우는데 효과가 있었다.
다음날은 탄소세션이었다. 나도 오전에 내 주제를 발표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았다고 말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오후에는 좌장을 하고 마지막 세션은 시간을 내어 시내 구경을 잠깐 하기로 했다. 시간이 다소 늦어 이곳의 오래된 성을 둘러보기로 했다. 조지성이라고 입장료는 15,000원 정도를 받았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의외로 성곽이 튼튼하고 요새처럼 보였다. 여느 다른 유럽의 성과는 달리 성곽이 오래된 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었고 곳곳에 포가 배치되어 있었다. 시내 전체가 아주 잘 보이는 전망대였다. 멀리 바다로부터 침공하는 외적들을 관측하기에는 너무 최적의 장소였다. 공작이 나무 사이로 날고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공작은 늘 동물원에서 기어다는 것만 봤으니 말이다. 그렇게 큰 새가 난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성 한 가운데 아름다운 기타소리에 이끌려 가 봤더니 한 사람이 열심히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아주 훌륭한 연주였고 CD도 한 장 샀다. 고성의 분위기를 완전히 연출하고 있었다. 역시 이곳에도 오래된 소나무가 곳곳이 자리잡고 있다. 기타소리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도시 전체의 색깔은 이 곳 사람들의 우수 띤 얼굴과 달리 너무도 밝다. 어느 언덕이든 빈 공간 하나없이 모두 정돈이 잘 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보수를 하지 않아 낡은 곳도 있지만 전체적인 풍광은 파리 못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다시 와 보고 싶은 곳이다. 이곳의 맛있는 음식점을 찾기 위해 스마트 폰을 이용했다. 놀라운 것은 이곳의 맛있는 식당이 모두 소개되어 있고 위치를 정확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놀라운 세상이다. 길을 잃을 염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다만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하는데 하루에 12,000원을 내야한다. 가격만 내리면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최상의 기계인 것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미칠 수 밖에.... 모든 것이 손안에 있는 느낌일 것이다.
오늘은 돌아가는 시간이다. 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또 싸워야한다. 그러나 그것이 또 우리의 삶인 것을.... 살아 숨 쉬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