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1.11.15 21:21:57
어제 미공군 과제담당자가 방문하여 실험실을 다니면서 놀랐다. 내 실험실인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장비마다 먼지가 쌓여있었고 보이는 쓰레기통마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실험장갑이 쓰레기 통 주위에 널려 있었다. 어느 실험실도 바닥에 쓰레기가 굴려 다녔다. 하긴 이것이 놀랄 일도 아니다. 언제 보아도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학생들 방을 보면 그들의 사고방식을 짐작할만 하다. 왜 내 눈에는 그런 것만 보일까. 그런 방심한 태도가 안전사고로 이어질까 늘 걱정이다. SEM 실은 가관이었다. 이 방이 청정해야 할 방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먼지가 사방으로 굴러다니고 쓰레기가 책상 밑으로 수북하다. 장비를 해체한 후 나온 쓰레기가 실험실을 채우고 있다. 내가 그렇게 불평해도 SEM 찍는 학생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피가 거꾸로 솟아 올랐다. 참자 참자... 이것들은 이기심이 아닐까... 내가 그렇게 헤질러도 내 뒤가 그렇게 지저분해도 보지 않으니 괜찮다. 실험후 비이커를 씨지 않고 그냥 슬쩍 세척대에 올려놓아도 누가 보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모를까 지저분한 자기 뒤에 누군가 알아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내가 알고 하나님이 아는데.. 나의 그런 태도를... 실험실에 사람이 많으니 내가 그렇게 해도 찾아낼 수가 없지... 그래서 실험실 공용장비인데도 혼자 쓰고 싶어하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쓰지 못하도록 감추어 놓는다. 기어이 아침에는 파샤가 와서 자기 실험실 CV 장비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불평한다. 사방에 전해질 흘리고 시료 처리후 어지럽게 방치해 놓으니 머리가 아플만도 하다. 거기다 기리쉬 컴퓨터 키보드까지 부서졌다고 우리 실험실 책임이라고 불평한다...
이것은 단순히 머피의 법칙이 아니다. 엎친데 덮친 격이 아니고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몇 년전부터 수업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제까지 출석을 부르지 않고 잘도 버텼는데.. 이제는 그런 인격적인 대우가 통하지 않는가보다. 아침 시간에 맞추어 나오는 일도 각자 개인에 대한 스스로의 훈련인데 그것도 그렇게 하기 힘들다. 정말 인격을 무시하고 비열하게 밀어 부칠까..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 벌금제를 적용해 월급에서 깎는 것이 옳은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이런 문제들이 왜 발생할까... 사람이 많아서... 아니다. 전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다. 늘 있는 문제다. 그 때는 사람 숫자가 적어서 누가 그랬는지 금방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추궁하기가 어렵다.
우리 실험실은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잘나고 못나고가 아닌 서로 다른 것들.. 모난 사람들, 둥근 사람들, 잘났다고 은근히 주장하는 사람, 못났다고 늘 자책하는 사람... 난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 그런 개성이 모여 새로운 것을 창출해낸다는 것이 즐거움이다. 물리, 화학, 재료, 전자등 다양한 배경을 존중하고 그것들의 장점을 모아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융복합학문을 이룬다는 것,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그런 개성이 모여 삐그덕거린다. 개성과 이기적인 것의 차이는 뭘까. 개성이 강한 것은 좋지만 그 개성이 넘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그것이 이기적이 된다. 나는 실험실 선배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왜 너를 가르쳐 줘야 하냐며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명백한 이기심의 극치다.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은 이기심의 또 다른 극치다. 실험을 하고 비이커를 그냥 세척대에 올려놓거나 실험장갑을 아무데나 벗어 던져 놓아도 또 다른 이기심이다. 왜? 다른 사람이 치워야 하니까. 실험이 끝난 후 실험장비를 원래대로 정리하지 않거나 시료를 아무데나 방치해둬도 이기적이다. 왜냐하면 다음 실험하는 사람한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사람이 많은 경우 더욱 심각해진다. 사람이 적으면 누군가 그 사람을 위해 치워주기도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모두에게 짜증이 되고 따라서 서로 치우지 않게 되어 결국 그 사회는 스스로 자멸한다. 이런 느슨한 마음이 축적되면 결국은 안전사고로 이르게 된다. 장비를 책임진 사람은 그 장비가 잘 가동이 되도록 늘 신경을 써야 하고 안전문제가 없는지 늘 점검해야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내 장비를 쓸 때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지만 또 내가 다른 장비를 쓸 때 적용되는 규칙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것은 내 장비이니 내가 독점하여 쓰겠다고 하면 그것도 이기적이다. 그렇게 쓰는 것은 가난한 이 나라에서 자원낭비다. 아니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도 낭비다. 가까운 일본은 우리보다 잘 살지만 실험실에서 자재 아끼는 것은 정말 배워야 한다. 우리는 그에 비하면 정말 사치다. 에너지과에 SEM이 있는데도 꼭 돈을 주고 공동기기원 장비를 쓰는 심사를 알 수 없다.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기 힘든 것이다. 공동기기원은 교수들의 장비에 대한 배타적인 생각을 깬 좋은 예다. 소유하고 다른 사람들은 못 쓰게 하는 태도... 왜 우리는 그런 생각을 배우지 못할까.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표어는 내가 37년전에 역에 근무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역에 가면 표어로 되어 있다. 기본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역에 근무하면 하던 일 중의 하나는 각 역에 다니면서 무전기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이었다. 이 때 하는 일은 역에 있는 무전기를 청소하고 바테리의 물을 점검하고 수시로 채워주는 일이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그런 일 없이는 무전기가 수시로 고장나기 때문이었다. 고장나면 내 책임이니 각별히 신경써야 했다. 기계를 닦다보면 기계에 대한 애착도 생기고 고마운 마음도 든다. 고장나면 내가 답답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무겁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패널티 제도를 도입해야 할까... 아마도 한번쯤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켜지지 않으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해서라도 사고를 막고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게 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