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1.02.07 17:48:50
이번 설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향 가는 길이 멀다. 모두들 차가 막혀 고생이다. 늘 그런 것처럼 가족들은 일찍 보내고 난 설 전날 기차를 타고 갔다. 지난 추석에는 입석을 바로 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어렵다, 그러나 기차가 전공(?)인 나는 요령을 안다. 그렇게 쉽게 간 시골은 언제가도 따뜻한 느낌이다. 넓은 들판이 그렇게 마음 편하다. 그래서 그런지 내 아파트는 늘 주변이 들판이다. 전주에서도, 여기 수원에서도 그렇다. 촌놈은 촌놈이다. 겉은 변했는지 몰라도 마음은 늘 고향이니 말이다. 벼가 자라는 모습이 늘 좋다. 보내기 들판, 처음 옮겨 심을 때의 금방 죽을 것 같은 연노란 가냘픈 모습, 그러나 이내 힘 받고 싱싱한 검푸른 모습, 그렇게 무성하게 자라 황금 들판으로 변하면 이내 가슴이 풍성해진다. 그것이 교육자의 마음일 것이다. 집에 도착하니 형제들이 이미 모두 와 있다. 가끔 보는 조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어려운 사춘기를 극복하고 있는 녀석들, 사춘기에 접어들 어린 조카들,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여자들이 힘들다고 언제부턴가 제사대신 예배를 드린다. 어딘지 김이 빠진 느낌이지만 며느리를 생각하는 어머니가 원하는 것이니 할 수 없다. 그러나 대신 새해 가족 모두의 각오 한마디를 들으니 그것 또한 좋다. 나도 또한 스스로 올해는 좀 더 좋은 논문 쓰자 그리고 나누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 살다보니 그저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았지 젊었을 때 생각했던 나누는 삶을 살지 못한 것 같다. 심지어 내 가족조차도 돌보지 않은 것 같다. 가까이는 내 형제에서 멀리는 이웃까지 서로 마음으로 함께하는 삶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엄마가 세배돈을 두둑히 준비하신 것 같다. 조카들의 입이 함박만하다. 나 역시 졸라 세배돈을 받으니 어린애처럼 기분이 좋다. 어느새 나도 세베돈을 주는 사람으로 바뀌었는데 다시 받으니 기분좋은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올해는 아마 운수대통일 것이다.
오후에는 늘 하는 것처럼 대학교 은사님을 뵈러 갔다. 젊었을 때 과로로 인해 바이러스가 척추에 감염되어 일생을 앉아서 지낸 분이다. 클러치로 걷고 자동차도 운전하지만 클러치 없이 걷는다는 희망을 지금도 버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나에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신 분이다. 올해는 그나마 제대로 세배를 못 드렸다. 몸이 불편해져 내가 도착했을 때는 침 치료사가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치료방법을 찾고 시도하고 그래서 몸이 나아지는 것을 관찰하고 그래서 이것에 관해 책도 쓰신 분이다. 통증을 느끼는 것은 나아지는 것이긴 하지만 몇십년 굳은 근육이 돌아와 느끼는 통증은 버티기 힘들 것이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난 가끔 그 분이 걸으시는 꿈을 꾼다. 아마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상황도 충분히 기적이니까. 다시 찾아간 다른 은사님도 몸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모님이 더욱 불편해 지리산 자락에 작은 집을 마련해놓으셨다. 이제는 도시의 공기가 불편하시다고 한다. 도시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간 병은 우리 몸의 반란이라고 표현했는데 적절한 말인 것 같다. 너무 혹사하니 그렇게라도 반항하는 것이다.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 잘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우매하다. 반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한치 앞을 모르는 우리 삶인 것이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하루 하루 숨쉬고 있다는 것을 감사하는 일 이외에는...
다음날 오후는 모두 가고 우리 집만 남아 엄마와 함께 금산사에 산책을 갔다. 날씨는 풀려 포근하지만 살갗에 느끼는 추위는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다. 작년에 중풍으로 떨어지신 엄마가 최근 많이 호전되었다고 좋아하신다. 무릎의 통증도 가라앉아 표정이 좋으시다. 그래서 올해는 세배 돈이 풍성해졌는지 모른다.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걸으시는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마음이 보인다. 언제나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신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신 결과로 좋아지신 것이다. 그 마음을 우리 모두가 안다. 그래서 더욱 고맙다. 엄마를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우리는 못한다. 그래서 모두 엄마 말씀이면 반대하지 않는다. 그것이 비록 비논리적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