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12.23 08:25:20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푸른 하늘이다. 공해가 없는 탓일까. 아니면 적도 부근의 특성일까. 그늘 아래서의 서늘함이 기분 좋다. 그러나 내 마음은 푸른 하늘 저 너머로 어디선가 헤매고 있다. 어디까지일까. 하나님은 내가 얼마나 깨지기를 원하시는 걸까. 무엇이 잘못일까. 잘했다는 평가위원들의 코멘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일까. 아니 그렇다면 이 세상은 살기에 너무 무서운 곳이다.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무심한 푸른 하늘 공간 속에 비둘기가 날아간다. 새소리도 들려온다. 컨벤션센터의 우직스런 에어콘 소리 사이에 들려오는 새소리가 무척 아름답다. 이 모든 것이 조화로운 것일까. 아니면 모두 서로 살기위해 무관하게 돌아가는 것일까. 우리 인간의 삶은 무엇일까. 경제사회에서는 페어게임이라는 것은 없는 것일까.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그 강함이 아무리 비겁한 방법일지라도 살아남는 자가 가장 강한 것일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에너지학과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지 않고 실험실에만 쳐밖혀 있다는 자책감이 나를 때린다. 좋은 교육과 연구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것 못지 않게 사람들을 만나 꾸준히 설득하는 일도 중요하지 않을까. 다른 교수들도 만나고 재단 사람들도 만나 밥도 사고 설득하는 일... 정부 관리들을 설득하는 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실험실은 어떻게 될까. 그러면서도 좋은 논문들을 쓸 수 있을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자고 늘 채찍질하며 살았지만 과와 관련하여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외국 교수들에 대한 내 방침이 잘못되었을까. 일년에 겨우 한달 혹은 며칠만 체류해도 허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런 경우 인정하지 않고 사람을 교체하려든 내가 잘못일까. 모든 사업단이 그런 사람을 허용하고 있으면 재단의 방침은 그것이 옳지 않을지라도 그 사람들 손을 들어주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나처럼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단에 보고하고 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틀린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리더로서의 자격 박탈이다. 이것은 내가 이런 자리에 적절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닌가.
적도의 하늘은 푸르기만 한데 내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올 때 벼르고 별렀던 낙하산 타고 뛰어내리기 마음이 이제는 온데간데 없다. 어떤 결정이 최선일까. 와이키기 해변은 전처럼 아침에도 사람들이 파도를 타고 있다. 전에 아이들과 여기서 보냈던 시간들이 아득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그 모습들이 눈에 선한데 세월은 흘러가 이젠 나만 덩그러니 이 곳에 왔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그리고 내 마음도 그대로인데, 나의 모습은 이제 중년을 넘어서 머리가 희끗해져 가슴 가득히 짓누르는 이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서 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아니 이 무게를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내려 놓을 수 있을까.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세션에 들어가 귀 기울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오후에는 해변가에 나가 부질없는 파도소리라도 들어야 내 마음이 비워질까.
머피의 법칙, 엎친데 덮친 격,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메시지 중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없다. 마음이 너무 무거워 결국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질식해 버릴 것 같아 내려가 스카이 다이빙을 물어보니 다행히 날씨가 좋아 당장 할 수 있단다. 오후 1시 차를 타고 다른 미국인 여자 아이 둘, 콜롬비아 아이, 한국아이 등 총 5명이 1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것은 아마도 다른 쪽 해변인 것 같다. 산의 모양이 마치 화산 재 위에 이끼가 자란 모습이다. 흙 색깔이 온통 붉다. 용암에서 흘러내린 철이 산화된 것이다. 하늘에 구름 덩실 떠 있고 푸른 하늘이 그 너머에 있다. 틀림없이 스카이 다이빙하기 좋은 날이다. 도착한 곳은 조그만 사무실 하나. 들어가자마자 서약서를 내놓고 사인하라고 한다. 몇 장이나 되는 서약서인지... 내용인즉 사고가 날 경우 모든 책임은 내 책임이 인간으로서 권리를 주장하지 말라고 한다. 사인을 안하면 날 수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다. 어차피 다 각오하고 온 목숨 아닌가. 사인하고 옆 문으로 나가니 다이빙 장비들이 사방으로 널려있다. 다이버들은 사방에 널 부러져 자고 있거나 책을 읽고 있다. 그 사이 사이 컴퓨터 모니터에 자기 이름이 올라오는 가를 체크한다. 내 순번은 뒤로 밀렸다. 다시 사무실로 오라해서 갔더니 몸무게를 다시 재라고 한다. 세상에 200 파운드가 넘으면 파운드당 2불 돈을 더 내야한다. 헉... 보니 9파운드가 넘었다....
앞 조가 돌아올 무렵 우리 조 조교가 날 찾았다. 라일이라는 이름의 젊은 아이다. 다이빙시 몇 가지 요령을 가르쳐 준다. 또 나초라는 촬영조교도 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령을 가르쳐 주고 두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내기 긴장해 보인 탓일까.. 프로펠러 비행기가 도착하고 서둘러 탔다. 탈 발판도 없이 기어서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문도 닫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다. 그 허술한 정도란... 촬영조교는 문을 열어놓고 달리는 장면을 촬영한다. 잠깐 사이 비행기는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여객기와는 전혀 달라 상상이 잘 가질 않았다. 문 밖으로 산, 해안가 장면들이 쑥쑥 지나간다. 하늘에 올라가니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 해안가의 파란 물들이 눈에 들어오고 산과 잘 어울린다. 해변 근처에 마침 고래가 물을 품어대고 있었다. 구름 위로 올라가니 더 먼 곳이 보였다. 마침내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점으로 보일 때쯤 갑자기 조교가 뛰어내리 준비를 한다. 멈칫 할 여유를 주질 않는다. 나초가 동시에 뛰어내리기 위해 카운트를 한다. 망설임도 한 순간 어느새 몸이 비행기 밖으로 뜅겨져 나가 몇 바뀌를 돈다. 탠덤스타일이어서 별로 부담은 없었다. 그 후로 손을 펴고 하늘을 나는 자유낙하 동안은 참으로 평온했다. 공기 마찰로 얼굴은 따가웠지만 눈은 안경 때문에 멀쩡히 뜰 수 있어 지상의 아름다움이 한 눈으로 들어왔다. 와우.... 그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45초에서 1분사이라고 했다) 드디어 낙하산이 펴졌다. 감가속도 때문에 온몸이 위로 치솟아 오르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순간 다시 등속운동을 하니 또 다른 평온이 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라일이 조정대를 나한테 준다. 나보고 좌우 회전운동을 해 보란다. 좌로 땅기면 좌로 휘청 회전한다. 우로 움직이면 우로 휘청 회전한다. 몇 번을 반복하니 현기증이 난다. 멀미가 여기서도 찾아온다. 겨우 참으니 지상 비행장이 드디어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라일이 조정대를 잡고 낙하지점을 고른다. 그렇게 땅 위에 도착하니 멀미 때문에 머리가 멍하고 구역질이 난다. 의자에 앉아 마음을 진정하는 동안 온몸에 땀이 난다. 긴장한 탓이리라... DVD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도 영 역겨움이 가시질 않는다, 배멀미와 비슷하다. 라일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로해 준다. 심지어는 어부도 그랬다고 소개해준다. 그렇다고 멀미는 가시지 않는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그대로 잠에 빠졌다. 시내로 돌아오니 여기도 교통체증이 있다. 하기야 인구가 백만이 넘으니 그럴만도 하다. 거기에다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이 섬의 교통체증이 당연히 있을 수 밖에... 덕분에 4시면 돌아올 수 있다고 했는데 6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저녁을 먹으면 나아질까 한국식당에서 매운탕을 먹었지만 호텔에 돌아오니 다시 메스껍다. 저녁 세션이 있었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자고 나니 정신이 났다. 그래 세상 일은 이런 것이다. 모든 것은 부처님 손바닥처럼 뒤집으면 달라져 보인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나한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외는 하나님 마음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내 생을 낭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해야 할 때 일하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면 그것으로 다하는 것이다.
비행기가 3시간 반을 지연하여 출발한다고 한다. 잘못하면 내일 점심 약속 시간을 못 댈지도 모른다. 공항에서 서울로 바로 가면 가능할지.... 무엇인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