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11.28 14:22:56
이번 CSE-10 학회는 한중일 전통적인 탄소연구자들의 모임이다. 기본적으로 석유제품에서 나오는 피치, 타르 같은 재료를 분리하고 탄소재료를 만드는 연구로서 이 분야 연구의 역사가 깊다. 공대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자들 학회라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나노튜브 연구자들과는 보통 잘 안 어울린다. 그러나 우리실험실은 탄소나노파이버도 동시에 연구하고 있어 그리 무관하지는 않다. 어울리다보면 서로 배우게 되고 더 나은 연구주제를 발견할 수도 있다.
큐슈 지역은 일본에서도 온천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벳부지역은 한국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곳이다. 일본 최남단이라 따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온도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나마 스웨터 하나를 준비한 것이 다행이다.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2시간 넘게 산길을 달렸다. 고불고불 산길이 강원도 산길을 연상시킨다. 산림조림이 여기서도 완벽해 보인다. 일본의 특징이다. 어느 한 곳 손대지 않은 곳이 없다. 이게 일본이 갖고 있는 힘이다. 그들의 인프라 수준을 따라가려면 우린 아직도 멀었다. 우리의 국민소득이 그들을 따라 간다해도 이런 부분은 정말 따라가기 힘들다. 일본은 농촌으로 가도 모든 곳이 잘 정비되어 있다. 농민정책을 포기한 듯한 우리의 허수룩한 농촌의 모습과도 하늘과 땅 차이다. 진정한 선진국의 길은 요원한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벼락부자가 논놀이하듯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사대강 사업을 하여 자연경관을 해치는 정책보다는 이렇게 차근차근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투자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답답하다. 아직도 보여주는 정치에 급급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가슴 답답하다. 일본은 보통 사람들은 바보같다. 그런데도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것을 어떤 사람들은 정직한 지도자들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런 일본에 비해 우리는 모두가 똑똑하지만 지도자들은 정직하지 못하고 우둔하기까지 하다. 눈앞의 이득 때문에 멀리 보지 못한다. 요즘 같으면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 나라를 전쟁으로 몰고 가려는 듯하는 정부의 태도에 정말 할 말이 없다. 북한이 밉지만 전쟁에서 보호해야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 아닌가. 전쟁하라고 뽑아준 대통령이 아니다. 하기야 우리가 뽑은 대통령인데 무슨 할 말이 있으랴. 국민들에게 이상과 희망을 제공해주는 지도자는 없는 것일까.
중간 중간 단풍이 이쁘다. 공기는 그야말로 청정하다. 하늘은 맑다. 중간에는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 있어 물어보니 활화산이어서 얼마전 폭발하여 그렇단다. 하긴 여긴 화산지역이다. 그래서 온천이 많은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호텔은 산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키지만 고겐 호텔이라는 곳이다. 골프장이 위치하고 놀이기구가 덩그라니 놓여있다. 내게는 그런 놀이기구가 흉물스럽게 보인다. 자연경관을 너무 해쳐 보인다. 개발의 바람을 여기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쉬다가 호텔 온천에 내려갔다. 한국의 여느 목욕탕과 비슷하지만 유일한 차이는 노천탕이 있는 것이다. 싸늘한 저녁날씨인데도 상체를 내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물에 앉아 하늘을 보니 덩그러니 반달이 보인다. 아마 일본인들은 이 느낌을 즐기는 것 같다. 물위로 내놓은 얼굴은 차가운 날씨 때문에 땀이 금방 식는다. 얼굴로 스치는 찬 바람의 느낌이 좋다. 이소라 노랫소리의 느낌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다음날 아침 부페는 역시 나토가 있었다. 이 지역의 나토는 유기나토다. 냄새도 거의 없다. 내가 먹는 풀무원 나토와 맛이 비슷하다. 일본식 특유의 개운한 밑반찬이 맛있다. 9시부터 시작한 학회는 역시 우리가 보통 듣는 학회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주제가 완전히 탄소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도 접근방법에서 내게는 많이 새롭다. 내게는 모든 것이 내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어떻게 내게 새로운 방법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에 집중되어 있었다. 새로운 생각을 발굴하고 노트에 정리하다보니 시간이 간다. 오후에는 내 발표가 있었다. 예상한대로 질문이 많았다. 아직 미완성이 연구이니 질문이 모두 예상한 질문이었고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저녁에는 일본 전통의 다다미 방에 앉아 정식을 먹었다. 상당히 비쌀텐테 주최측에서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이런 상을 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다. 아마 교토에서인가. 음식은 맛이 있다. 해변가라서 그런지 회가 아주 싱싱하고 입에서 녹는다. 일본만 갖고 있는 특징이다.
다음날도 학회는 계속되었지만 이곳의 유명한 온천을 가 보기로 결정했다. 호텔에서의 아침온천도 새로웠다. 요즈음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밖에 나오면 잠을 설친다. 머리가 무거웠지만 온천을 하고나니 가벼워졌다. 한국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들어가서 해결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몸이 또 쳐진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라면 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는 생각하지 말자.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벳부시에 들어갔다. 일본의 여느 시나 다름없다. 일일 버스권을 사서 지옥온천길을 떠났다. 여기에 존재하는 다양한 온천이름에 모두 지옥을 붙였다. 온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경하는 것이라는 것을 여기서 알았다. 모두 일곱 개의 온천인데 그것도 종합권으로 샀다. 2000엔이면 우리 돈으로 30000원정도이니 그리 싼 편은 아니다. 시간에 맞춰 지상으로 솟아 오르는 물이 정말 장관이다. 그것을 보니 우리가 사는 지상이라는 곳 아래는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지구라는 것이 실감났다. 그것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내가 믿고 누워있는 곳이 이렇게 불안한 곳이라는 것이 내게 인간이 갖고 있는 한계를 다시 일깨어 주었다. 다음 곳은 붉은 색깔의 온천이었다. 조그만 연못크기에 철성분의 물이 계속 솟아나는 곳이었다. 수증기로 가득하고 그 따뜻한 수증기 때문에 주위 나무들은 열대림처럼 무성했다. 다음은 푸른 바닷물처럼 푸른 온천, 아마도 성분이 코발트가 많이 섞여 있는 것일까... 아무 곳에서나 수증기가 빠져나온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이름 붙여진 온천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그런 곳이 있다. 온천의 따뜻한 물을 이용해 연꽃을 기르는 곳도 있었다. 재해가 될 수 있는 것을 우리에게 이로운 것으로 바꾸는 지혜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대자연의 분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우린 그런 존재들인 것이다.
이제 새벽 5시가 넘었다. 오늘 저녁 귀국이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 내 어깨를 짓누르는 이 숙제를 과연 무사히 해 낼 수 있을까. 나를 집중하지 못하도록 분산시키는 이것들... 아마도 잘 안될 거라는 불안감 때문일까. 이번 주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 하나님은 최소한 숨 쉴만큼만 채워 주신다는 것을 믿자. 그 정도면 족하지 않은가. 나머지는 나의 노력이다. 공중에 나는 새들조차 다 채워주시는데.. 연구는 터덕거린다. 아직도 중간 중간 데이터가 빠져 있어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지금쯤은 그런 일이 안 벌어져야 할 것 같은데... 다시 반복하려면 또 시간이 걸리는데... 모두 스트레스가 많은 탓일까. 아니면 일이 많은 탓일까. 왜 집중할 수 없을까. 내가 너무 다그치는가. 어렵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어쨌든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모두 잘할 것이다. 가끔은 터덕거려도 모두 헤쳐 나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린 그래야 하니까. 그게 우리가 갖고 있는 운명이니까. 지진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극복하는 일본사람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