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11.14 21:01:10
'죽을 만큼 노력할 수 없으면 바라지도 말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탄 임신부 사격선수의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나도 저런 각오를 갖고 내 삶을 살고 있을까하고 질문해 보았다. 부끄러운 삶이다. 그렇게 살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으니까.
지난 두 주는 나에게 너무 끔찍한 시간들이었다. 지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끝없는 일과 후 밤 12시쯤 되어서는 토하고 싶은 느낌이 났다. 그래도 끝이 없는 일들.. 몸은 엉망이었고 지난 주도 쉴 틈이 없었다. 몸이 이렇게 망가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그냥 자고 나니 또 살만하다.
그 바쁜 중에도 나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주였다. 스타과제 5년 후 중간 평가가 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 왔다고 자부했지만 평가단의 비판은 신랄했다.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좀 더 중요한 일을 하라고 말이다. 13년전 내가 실험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정부과제 평가시 나온 비판에 대한 나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내가 속한 사회에 무엇인가 기여해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있었고 그래서 벌써 13년이 지났다. 기초과학자인 나는 나름대로 연구의 산업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연구주제를 선정할 때 과학적으로 중요한 과제보다는 고집스럽게 산업적으로 중요한 과제를 선정했고 그 중에서 과학적인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 나름대로 자부심도 많지만 아쉬움도 많다. 그렇다고 이런 나의 철학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10여년전 이미 단순히 논문을 쓰기 위한 논문은 포기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나의 연구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가단의 지적대로 연구 분야가 너무 넓다. 상대적으로 깊이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에 동감한다. 이 부분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이 부분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이다. 현실적으로 실험실 식구가 많고 줄일 수가 없다면 먹여 살려야 한다. 정부과제 연구비 숫자는 제한되어 있어 많은 돈을 받을 수가 없다. 유일한 방법은 대형 연구비를 수주하는 것이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우리 역량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위 Science/Nature 논문을 써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회사관련 과제를 많이 수주해야 하고 힘이 두배로 더 든다. 쓸데없는 곳에 힘을 낭비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논문을 써야 길게 갈 수 있다. 지금은 그럴 때가 된 것이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의 삶의 모드를 바꾸는 것이다. 이제까지 문제는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이 많은 것은 아마 내가 지어야 할 짐일 것이다. 다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나한테 달려있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선택하고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집중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시간을 절약하여 운동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가능성있는 주제를 선별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한다. 과학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이 무엇인가. 문제가 해결될 경우 사회에 끼치는 기여는 얼마나 될까. 기술적으로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가. 또 이 기술이 개발될 경우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얼마일까. 새로운 측정방법은? eyecatching 하는 그림은? 지금은 우연에 의한 과학적 발견보다는 치밀한 계획에 의한 연구를 수행하자.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하자. 매주 저널에 접속하여 새로운 문제에 대해 늘 업데이트하자.
모드 전환은 쉽지 않다. 나 혼자만의 모드 전환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실험실 식구들 모두 모드 전환이 필요하다. 과연 실험실 식구들은 따라줄까? 모두 내가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모두 호응해 줄 수 있을까?
모두 그렇지 않다고 해도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또한 나의 현실이다. 모드 전환... 과부하가 걸려 폭발하거나, 비상모드가 정상이 되도록 훈련되면 이 비상모드가 정상모드가 되어 우리의 위상이 업그래이드 될 것이다. 어쨌든 해볼 만한 인생의 도박이다. 내 나이 50중반을 넘어서.. 그래도 해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