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이번 주는 정신이 없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다시 제주도 미팅, 그리고 밀린 학교일들... 논문들... 아직도 건들지 못한 논문들이 줄 서 있다. 시차적응도 잘 안된다. 정작 다음주 PACIFICHEM에 발표 할 주제가 세 개나 있는데 하나도 건들지 못했다. 겨우 일요일인 오늘에야 시간이 나 들여다보고 있다.
토요일 워크샆이 끝났다. 토요일이 어려운 날이라 그런지 모두 식사도 안하고 귀가한다. 하기야 모두 가정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또 발표하지 않는다고 아예 참서조차 하지 않은 연구원도 있다.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이렇다 할 연구 결과가 없어서일 텐데 발표시간에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것은 아예 배우는 것조차, 자극받는 것조차 싫다는 것일까. 연구원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탓일까. 이제는 3년차가 지났으니 마음을 독하게 먹고 정리할 때가 온 것 같다. 지난기간동안 수행한 일들에 비해 10여분의 발표시간이 너무 짧다. 남들처럼 좋은 호텔을 잡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돈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안하지만 하루에 끝내기에는 앞으로는 더 어려울 것 같다. 다른 면에서 보면 하루쯤 여유를 갖고 모두 앉아 토의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 늘 것 같고... 아니 그럴 필요가 있다.
그렇게 지쳐 집에 돌아와 이메일을 보니 홍기의 메일이 왔다. 홈피에 자기 글을 올리기 전에 허락을 구하는 것이었다. 허락을 구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아마도 나에 대한 불만을 많이 써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읽어보니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홍기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그나마 이 정도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생각해보니 학생들은 홈피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별로 쓰지 않는다. 쓰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실험실 생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다.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람은 사실 연구에 별 관심이 없이 그냥 생활처럼 하는 사람들이다. 또 하나의 경우는 실험실이 맘에 안 들어 쓰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도교수가 싫어서가 아마도 대부분일 것이다. 홍기의 경우도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분노가 글로 표현되니 홍기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전 같으면 내가 앉아서 차근차근 설명하고 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 벌어졌지만 지금처럼 내가 돌보지 않는 경우 발생하는 일이다. 아마도 이 경우는 홍기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두 불만이 있을 것이다. 연구원들이 일부 이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지만 어디 말처럼 쉬울까.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애착이 있어야 하지만 그리 쉽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신입생의 얼굴에 말은 안하지만 이렇다고 쓰여져 있다, 안쓰럽다. 내 시간이라는 것.... 이 부분은 내가 실패한 것들이다. 내년쯤에는 내가 학생들과 지내는 시간을 늘이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것 같다.
또 한 경우는 쓰고 싶어도 용기가 부족해 못 쓰는 경우이다. 선배들이 많은데 내가 어떻게... 나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이 깨져야 한다. 성서에서 말한 것처럼 나중된 자 처음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후배들이 잘 했으면 한다, 그래야 선배들도 분발한다. 선배도 후배를 이용해 자기만의 이득을 챙기는 선배가 되어서는 안된다. 잘하는 후배를 도와주고 자기도 더 잘하려고 애쓰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발전한다. 그래야 후배가 선배를 자발적으로 존경한다. 자기가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순전히 자기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자기가 어디쯤 잘못했는지 짚어볼 일이다. 어느 날 후배가 소원해지면 십중팔구는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때는 후배를 탓할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봐야 한다.
또 다른 경우는 글을 쓰고 싶어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많은 경우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럼 왜 글이 써지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이유는 습관과 관계있다. 실험을 마무리하고 논문을 쓸 때쯤이면 책상에 앉아도 어디서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이것은 상당부분 글 쓰는 습관이 없는 탓이다. 평소에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러니 평소에 연애편지를 자주 써라. 핸드폰으로 문자만 보내지 말고 한 달에 한번씩은 이메일로 장문의 편지를 써 보라. 훨씬 더 관계가 좋아질 것이다. 평소에 홈피에 글을 올리는 것 또한 이런 연습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게으름이다. 게으른 사람은 글을 쓰지 못한다. 한동안 나도 주간칼럼을 쓰지 못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내가 게을러진 탓이다. 부지런한 사람은 조금의 시간도 글 쓰기에 투자할 수 있다. 또 글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에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계속해야한다. 좋은 생각들은 활동하면서 많이 떠오른다. 그런 나의 생각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글쓰기가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난 글을 잘 쓰지 못해’라는 생각이다. 정말 글을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일까. 다른 곳에 나온 좋은 문장을 기억해두었다가 그대로 옮기면 좋은 글이 될까. 물론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면 결코 살아있는 글이 될 수 없다. 자기 생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새롭게 해석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연주자가 똑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해도 어느 사람은 위대한 연주가가 되고 어느 사람은 평범한 연주가가 된다. 악보를 재해석하고 자기화시켜 자기의 혼을 담아내면 위대한 연주가가 되는 것이다. 그런 구별은 나같은 일반인도 가능하다. 좋은 글, 나쁜 글은 어떻게 구분될까. 마찬가지다. 자기의 생각을 잘 표현하면 그것이 좋은 글이다. 연애편지 쓸 때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를 갔다 붙여도 그것이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이 곧 글쓰기이다. 우린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과학도들의 단점이다. 그러니 짧은 글이라도 홈피에 올려 내 마음을 같이 공유하는 연습이 길게는 연애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연애가 안 되는 큰 이유는 내 마음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할 말은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의 역사는 기록에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록하면 내 마음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될 때가 있다. 연애가 안 되면 가끔 써 먹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