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4.15 18:11:47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기내의 화면에는 비행기가 어느새 북한 위쪽 소련 상공에 떠 있다. 역시 올 때는 덜 피곤하다. 수요일 점심때 센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토요일 오전에 출발했으니 딱 만 3일만이다. 그 사이 세끼만 먹고 지냈는데도 오히려 몸은 편하다. 잠은 몇 시간 잤을까...
짧은 일정이지만 여행은 생각할 시간이 많아 좋다. 금요일 오전 마지막 세션 발표였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이 있었다. 질문도 많았다. 투명전극 분야에서 우리가 나름대로 기여가 많은 것 같다. 다 열심히 일한 덕분이다. 젊은 친구들이 특히 관심이 많다. 일본의 한 교수는 나보고 왜 한국에서 교수하냐고 물어본다. 미국이나 일본등 더 좋은 곳에서 일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그런 사람을 많이 보았다. 상대적인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이다. 또 한 가지 학회를 다니면서 젊은 친구로부터 가끔 받는 질문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느냐는 것이다.
사실 내가 젊어서 연구 주제를 찾아야 했을 때 유명한 교수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도출하는지 나도 신기했다. 같이 연구했던 선임자가 연구를 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주는 코멘트가 신기하기만 했다. 그 당시 나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 당시 나는 바보였고 지금은 천재일까... 아니다. 난 다만 경험이 더 생긴 것 뿐이다. 그리고 보는 눈이 넓어진 것이다. 아니 그보다 학생들의 소리에 귀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이후 나는 어느 한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논문을 읽었다. 이해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지금처럼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시기가 아니어서 내 일과는 관련 논문을 찾고 읽고 또 읽는 일이었다. 그렇게 지식을 쌓았고 그러다보니 어느 문제가 중요하고 어느 문제가 해결이 안 되었는지 조금씩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난 다음에야 내 나름대로 문제를 찾아내 하나씩 해결할 수 있었다. 많은 문제들은 내가 시작하자마자 이미 유명한 논문으로 나와 그나마 내 아이디어가 맞았다고 위안을 삼았었다. 다만 속도에서 뒤져 있는 것이다.... 그것이 경쟁력이란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지금은 논문 읽을 시간이 없다. 그나마 토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찾는다. 이 경우 학생들이 논문을 읽어와 리포트하지 않으면 좋은 아이디어 도출이 어렵다. 또 좋은 아이디어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미 수행한 연구라면 중간에 새로운 일을 추가하더라도 나중에 논문 쓰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일을 열심히 하고도 논문을 좋은 저널에 못 낸다. 당연히 인용도도 떨어진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좋은 분야를 찾아서 그 분야 관련 논문을 우선 섭렵해야 한다. 그래서 그 분야의 한 이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파악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여건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야 한다. 해결되어 있지 않다고 우리가 다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연구 분야를 찾는 것은 교수 몫이다. 그러나 그 분야에서 좋은 일을 찾는 것은 공동의 몫이다. 실험실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학생의 경우 반드시 논문을 많이 읽는 사람이다. 상대적으로 아이디어를 잘 내지 못하는 사람은 논문을 적게 읽는 사람이다. 특히 우리 그룹처럼 큰 그룹의 경우 결국 내가 논문을 직접 읽을 시간이 없는 경우 논문을 읽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학생의 몫이다. 논문을 읽으면서 그 논문이 갖고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어떤 중요한 이슈가 해결되지 않았는지 유심히 쳐다보아야한다. 분야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 리뷰 논문을 읽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다. 전체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일을 시작한다 해도 학생들은 끊임없이 문제에 부딪힌다. 꾸준히 논문을 읽고 생각해야지 그 때마다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아이디어 머리가 좋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평소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다. 논문을 읽더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단순히 지식으로 남지 아이디어가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니 내 머리가 나쁘다고 탓하기 이전에 내가 능력이 없다고 탓할 시간이 있으면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더 시간을 투자해야 남는 장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