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2.07 18:50:15
유학을 갔다 온 후 어느날 시간을 내어 동네 만화방에서 만화를 밀려 본적이 있었다. 워낙 만화를 좋아하긴 했었지만 단 몇 년만에 발전한 만화 수준에 대해 깜짝 놀랐었다. 당시에 리니지를 읽었던가... 만화의 그림 솜씨도 솜씨려니와 스토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순정만화에서 사랑의 절실함이 느껴졌다.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깡통 로봇이 하늘을 날아다녀 어린 내 마음에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지만 만화 수준은 형편없었다. 그 어릴적 만화의 영향인지 난 커서도 꿈속에서 내가 날아다는 꿈을 꾸었다. 너무도 생생하게 날았기 때문에 꿈을 깨어도 내가 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심지어 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생각하기도 했고 그래서 발에 로켓을 달고 나는 것을 상상해 보기도 했었다.
그 때 이후 난 만화방의 재미있는 순정만화를 모두 읽었다. 그 중의 강추는 불의검이다. 사극이지만 우리 철기민족의 자긍심과 철을 다루는 우리 젊은이들의 꿈을 다룬 사랑 만화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만화의 대사가 모두 사랑의 대 서사시이였던 것이다. 그 사랑의 그리움, 헤어짐의 아픔, 인고의 세월들, 그 모든 것들이 만화 속에 모두 녹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만화가 아니고 하나의 사랑의 서사시였던 것이다. 마지막 권이 나오는데 굉장히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노력을 많이 쏟은 작품이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런 글을 쓴 작가가 30도 안된 풋내기 작가라는 것이었다. 난 불의검을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읽었지만 모두 그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리니지는 또 어떤가. 달이 뜨면 아름다운 여신으로 변하는 기사와 그 기사를 밑에 둔 왕자가 그 여신을 사랑하게 되고 나라를 찾아가는 왕자를 돕는 그 기사의 심정.... 참으로 설정 자체가 기발하다. 그런 왕자를 반대해 싸우는 왕도 결국은 천민 출신으로 온갖 고난을 겪은 사람이고 그런 왕의 아픔을 껴안은 나쁜 여신도 결국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참으로 아릿한 사랑 이야기다. 레드문은 또 어떤가. 중간중간 작가의 이야기가 들어와 농담 따먹기하는 스토리는 잘 이해가 안가지만 설정 자체가 사랑이야기다. 배경이 우주전쟁이지만 각자의 삶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사랑을 배워가는 모습들이다.
스포츠 만화 중의 진수는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이현세의 광기 때문에 때로는 질리기도 하지만 우리의 아픈 모습들이 모두 그대로 녹아있다. 그 만화 때문에 내 막내동생은 아들 이름을 해성이로 지었다, 아들을 아홉 나아 야구단 하나 만든다고 했지만 아마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재미있는 만화는 헝그리베스트파이브이다. 아마추어들의 길거리농구이야기인데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씩 배워가며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본다. 그와 비슷한 농구만화로 슬램덩크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만화이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백호가 예쁜 여학생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여 겪는 우려곡절은 우리 가슴에 따스함을 주고 용기를 준다.
또 이현세의 만화 중 남벌이라는 것이 있다. 북한과 손잡고 일본을 정벌하는 이야기는 전쟁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신선하다. 우리가 누구와 손잡고 가야하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 만화이다. 용란전도 일본의 두 소년 소녀가 어쩌다 과거 삼국지 시절로 뛰어들어 끝없는 전쟁을 치루며 본인들의 운명을 자각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만화로 지금도 끝이 나지 않은 만화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명랑만화로 열혈강호가 있다. 순진한 주인공은 자신이 엄청난 내공과 무공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깨닫치 못하는 사파의 최고실력자의 제자이지만 정파의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모험하는 과정과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은 때로 가슴이 찡하다.
졸업생중 나처럼 만화를 좋아하는 학생이 있어 지금도 내 생일이면 소장 만화를 한질씩 보내준다. 덕분에 이런 좋은 만화를 모두 소장하고 있다. 만화는 이제 더 이상 만화가 아니고 한편의 서사시이고 장편 삶의 이야기이다. 복잡한 소설보다는 이런 쪽이 앞으로 대세가 아닐까.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라. 나르는 하울의 성, 아바타의 많은 부분도 이들 만화를 모방했다. 일에 빠져 스트레스가 쌓이면 다 제켜두고 만화방을 한번 가 보시라. 거기서 라면도 끓여먹고 하루쯤 만화에 묻혀 있으면 머리도 맑아진다. 한번 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