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9.12.31 18:37:43
내가 교수가 되어 일하던 초기 시절은 XT 시대였다. 87년인가 처음으로 AT가 나왔고 10 MB HDD가 장착되었었다. 빗을 내고 청계천에서 산 중고 컴퓨터를 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 때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침이면 화장실에서 신문 보는 것이 내가 세상과 접하는 유일한 창문이다. 요즈음은 신문이 왜 이리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국회, 정치, 경제, 사회 어느 하나 신나는 일 없이 그저 정신없이 혼돈 투성이다. 성한 곳이 없는 만신창이, 그게 지금 우리 사회인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르는 그런 혼돈의 시대.... 이기주의, 권위주의가 가득 찬 그런 시대, 음식 잘못 먹어서 가슴에 막혀 있는 그런 느낌... 왜 이리 답답할까? 우린 2 MB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왜 이렇게 모든 것이 막혀 있을까? 512MB였던 RAM을 쓰다 지금은 1 GB RAM을 쓰니 얼마나 빠른지... GB 시대에 살던 우리들이 MB 시대로 다시 돌아가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일까? 한 사람이 2 MB라고 모든 곳에서 2MB 효율 밖에 못 내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bottleneck 현상이다. 그것도 아주 좁은 2 MB 밖에 안 되는 bottleneck....
왜 일이 이렇게 어려울까. 한 과를 운영하는 일이 왜 이리 어려운가. 모 교과부 과장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정말 moral hazard라 불리울만큼 도적적 해이 상태에 이르러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규정을 어기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일까. 그렇게 아무도 신뢰할 수 없을 만큼 우리는 타락해 있는 것인가. 나는 정말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늘 감시대상이 될 만큼... 정말 정부의 돈을 낭비하고 있을까. 내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그저 낭비일까. WCU 학과를 통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대학의 문화를 선도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그저 하찮은 사치일까. 외국 교수들에게 우리보다 더 돈을 많이 준다고 정말 이 사업이 가치가 없는 것일까. 아니 내가 참여하면 괜찮은데 내가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일이 못 마땅한 다른 교수들의 여론 몰이는 아닐까. 교수의 자존심이 뭉게지는 말을 들어도 참고 있을 만큼 이 사업은 가치있는 일 일까. 교수는 정말 자존심으로 사는데...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나보다 능력없어(?) 보이는 외국교수가 나보다 월급도 훨씬 더 받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내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데도...
따지고 보면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늘의 구름보다 더 많다. 교수는 그나마 연구실이라는 피난처로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다. 아무도 공격 못하는 곳으로.. 그 곳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면 왕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이다. 그런데도 왜 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2 MB의 bottleneck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태클이 들어오는데... 모두가 2 MB 때문에 꽉꽉 막혀있는 이 세상에서...
그제/어제는 늘 있는 실험실 망년회였다. 여느 때처럼 스키장을 가서 모두 스키를 즐겼지만 저녁은 여느 때와 달랐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고 내 년을 다짐하는 보통 때와는 달리 모두 crazy idea에 대해 발표했었다. 각자 진행하고 있는 연구 주제와 관련하여 이제보다 다른 무엇-에 관해 준비해 발표하는 자리였다. 개인의 생각 혹은 그룹의 생각 모든 가능하도록 허락했지만 내심 걱정도 되었었다. 박사과정 학생들에게는 그나마 괜찮겠지만 새로운 신입생에게 이렇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시도해본다는 것은 큰 도전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란 그런 본질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훈련은 어쨌든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상금을 내가 내고, 참신성, 실현가능성, 사회에의 기여도 중심으로 모두가 평가하는 콘테스트 형식이었고 재미도 있었다. 밤늦도록 진지하게 자기가 준비해 온 자료를 중심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서로 간 내용의 창의성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토의도 했다. 난 너무 행복했다. 내 실험실 식구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만큼 경쟁력이 붙었구나 생각하니 정말 흐뭇했다. 모두 나보다 낫다. 가슴속에 막혔던 2 MB 체증이 모두 물러가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술에 취해 속이 쓰려 어젯밤에는 잠을 잘 자지 못했지만^^ 아마 지금쯤은 모두 지적된 자기 아이디어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또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 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발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을 스스로 다짐했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 우리는 2MB 사회를 극복하고 2TB 사회를 향해 나가야한다. 내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 개인적으로 좀 부족하면 어떨까? 인간적으로 좀 이기심이 있으면 어때? 머리가 좀 나쁘면 어떨까? 그까짓 영어 좀 못하면 어때? 논문을 잘 쓰지 못하면 어때? 실험실에서 늘 무엇인가 깨먹고 늘 논문 준비 못한다고 혼나면 좀 어때? 좀 느리면 어때? 다른 사람들보다 좀 처지면 어때? 서로 아웅다웅하면 좀 어때? 술 먹고 퍼지고 좀 늦게 나오면 어때? 노벨 지각상 좀 받으면 어때? 우린 그래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우린 적어도 2MB 세상이 아닌 2TB 세상을 위해 이렇게 준비하고 있는데.... 그런 열정이 우리에게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