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9.12.06 14:15:57
벌써 2009년이 다 지나가고 있다.
올해는 한 마디로 a year of suffering이었다. WCU 에너지학과를 시작하고 나서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쉬울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정부당국의 불신으로 인한 온갖 시달림, 참여교수들로부터의 불평, 외국교수들의 뒤치다꺼리,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학교행정,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사람 사이의 갈등이었다. 지나고 보니 어떻게 지났는지 신기하다. 마지막 에너지학과 현장평가를 끝내고 나니 이제는 뒤가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주간칼럼이란 것도 쓰기를 포기했다. 내 생활이 엉터리이면서 글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것이 모순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모순을 주위로부터 지적을 받았을 때 내가 마치 이중인격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과학자로서의 나의 삶, 교수로서의 나의 삶, 가정에서의 나의 삶, 어느 하나 모순되지 않는 것이 없다. 가정에서의 부딪힘도 내게 버티기 힘든 부분이었다. 자식들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하면서도 어느새 기대하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고 또 그런 것들이 여지없이 부서졌을 때 오는 실망감들... 시간에 쫓겨 학생들하고 같이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집중하려고 하지만 집중되지 않아 짜증만 내고, 그 짜증이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가고... 때로는 화를 내고 그런 스스로에게 화가 나 괴로워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런 시간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것들을 고스란히 받아 준 행정실 직원들, 내 방 학생들 모두에게 고마울 뿐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보였다. 말보다는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글 쓰기를 미루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주 월요일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연구실에 앉아 논문을 쓸 수 있었다. 늘 그렇게 해 왔지만 아마 중요한 잡일이 끝나고 이제는 그런 것으로부터 멀리하고 연구실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이었을까. 마음의 평화감, 행복함, 여유로움, 그런 것들로부터 아 이 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터에서 돌아 온 전사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하며 스스로 웃음짓기도 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또 이렇게 쉬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살면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정말 어렵다. 우선 자기 본분을 아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안다하더라도 주위의 요구와 내가 속한 사회에의 기여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알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난 내가 학교 행정일을 잘하지 못하고 또 그런 일을 하는 것이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 이런 일을 책임질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의무감이 결국은 이런 일을 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서 내가 이 일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할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나의 존재감이 허상일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자기 자리를 지키기가 어려운 것은 주위로부터의 비난이다. 우리를 움츠려들게 하는 비난들...., 나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 그것은 비난으로 돌아온다. 교수로서의 기대감, 선배로서의 기대감, 학자로서의 기대감, 모두들 사람마다 거는 기대감이 다르고 각자가 느끼는 실망감도 다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다 만족시키기에는 난 너무 부족한 사람이다. 어느 곳에 서야 내 인생에서 최대의 효율을 올릴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니 더 중요한 것은 어느 곳에 서야 내가 행복한지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는 아마도 주위의 비난을 무시하는 것이 좋다. 내가 원하는 것을 묵묵히 하다보면 주위의 비난은 사그러질 것이다. 어차피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내 삶은 모순 투성이다. 그런데 그게 나인 것이다. 가끔은 일에 묻히다보면 내가 마치 이 모든 것을 완벽히 해 낼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착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곳-그리고 행복할 수 있는 곳- 그 곳이 지금 바로 이 자리, 내 연구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