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9.03.28 15:26:30
어제는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지쳐 집에 일찍 들어갔더니 대학을 갓 졸업한 화경이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물어왔다. 유학을 가기 싫단다. 가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단다. 영어, 그리고 가고자하는 대학에 관한 정보, 전공에 대한 충분한 실력 등 아직 유학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단다. 돈을 많이 쓰는 것도 맘에 안 들고.. 그래서 경험을 쌓기 위해 국내에 남아서 직장을 다니겠단다.
좋은 이야기이다. 유학이란 것이 싫은데도 억지로 갈 수는 없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다.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봐주는 것도 딸답다.
정말 그게 전부일까? 내가 그 나이일 때 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 떠올리며 난 속으로 웃었다. 내가 유학준비할 때 나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어떤 생각으로 대학을 가기로 마음먹었을까?
그래 그럼 10년 후 네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해? 내가 직장을 다니며 한 달 후 나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대학 강사를 하며 (감히 교수는 꿈도 꾸지 않은 자신감없는) 디자인을 하며 사는 모습.... 그럼 지금 직장을 다니면 그런 일이 가능해질까? 아니면 유학을 가는 것이 그런 일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렇게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학을 가지 않겠다고 하는 마음은?
여기서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 질 필요가 있다. 사실 젊은 날의 나를 봐도 방황의 시간이 많았다.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책을 읽어도 많은 시간을 나 자신과 싸워야했다. 과연 내가 이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남들은 24시간 공부를 해도 대학에 가기 힘든데 나처럼 직장 다니며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유학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며 충분히 준비해도 힘든데 대학을 다니며 준비해 과연 유학이라는 것을 갈 수 있을까?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현실에 좌절을 많이 하기도 했다. 정작 주위 환경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 더욱 힘들었다.
화경이는 아마도 그런 자신과의 싸움에서 갈등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남들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데 자기는 집에서 유학을 준비한다고 책상에 앉아 있다. 자기가 뒤져 가고 있다는 초조감이 있다. 실패할 경우에 대한 두려움... 자기는 더욱 뒤쳐진다는 느낌... 이것은 비록 화경이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우리 대학원생들도 아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자괴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잘 하는 것 같은데 난 늘 못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는데 결과는 내가 뒤쳐지는 것 같다... 그 잘난 사람들과 내가 과연 경쟁할 수 있을까.. 여기서 차라리 접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유혹이 하루에도 여러 번 올 것이다...
젊은이들은 무한한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의 또 다른 면은 아직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이고 더 다르게 말하면 불안감이 늘 존재한다는 말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이것은 젊은이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나를 앞으로 못나가게 하는 부정적인 힘이다. 이런 불안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꿈을 접는다면 그것은 이미 스스로의 싸움에서 진 사람이다. 난 감히 말하고 싶다. 그냥 앞으로 가라고... 그래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 1%의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잡아야하는 것이 우리 인생인 것이다. 나도 요즈음 마음 고생이 심하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힐 때면 한걸음도 나갈 수 없을 것 같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은 아마도 내가 어느새 가진 자가 되었다는 증거이리라. 가끔은 나의 존재에 대한 가벼움을 스스로 암시해야 내 마음이 더 편해질 것 같다.
그러나 난 요즈음 단 1%의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보고 간다. 비록 오늘 두려움에 사로잡혀도 내일은 그렇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그런 날은 가끔 술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바다도 쳐다보고, 또 차를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도 하고... 그렇게 부정적인 나를 이길 수 있다면.. 모두에게 이런 것들을 이길 방법 하나쯤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어루만져 줄 sole mate를 만나는 것도 인생의 행운이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차피 외로운 것이 우리 인생의 본 모습이니 모두에게는 극복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인류는 그런 외로움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집합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