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8.31 19:58:51
이번 주 토요일은 생일파티 한다고 모두 술 취해 쉬기로 해서, 마침 마음 먹은대로 모처럼 혼자 유람했다. 전날 마신 술로 몸이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일단은 산으로 선택하고 영동선을 탔다. 지도도 없었지만 별로 게으치 않았다. 지방도로를 타고 오대산 월정사로 방향을 정했다. 마음을 놓고 운전해서 그런지 길이 막혀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길가의 가로수 하나하나의 움직임, 산을 빽빽이 채운 나뭇가지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예쁜 산등성이들, 깨끗한 냇가, 혼란스러운 여름이 지나간 자리는 여전히 그렇게 고즈녁이 남아있었다. 슬리퍼만 신고 월정사에 들어서니 역시 주위의 가지런한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도 이리저리 각도를 맞춰보았지만 아마추어인 내 솜씨는 내 마음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사중이어서 절의 분위기는 나지 않았지만 옆의 나무의자에 걸터 앉아 가지고 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Tuesday with Morrie) 이란 책을 읽었다.
모리는 나이 70이 넘어서 갑자기 루게릭 병을 선고 받았다. 몸의 아래에서부터 마비가 오고 나중에는 말도 못하고 폐까지 마비되어 죽는 병이다. 이 투병과정을 전에 모리의 학생이었던 작가가 매주 화요일 모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총 14주... 그 동안 모리가 겪는 신체적인 변화, 모리의 삶에 대한 태도, 죽음, 사랑, 일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적혀있다. 모리는 삶에 대한 사랑이 강해서 자기가 그렇게 아파있어도 자기를 비관하거나 외로워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여전히 적극적인 투병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기를 즐겨했다. 모리 교수의 말대로 어디 그럴만한 시간이 남아있을까. 살아있는 한 순간들이 너무 중요해 그런 부정적인 것에 남은 인생을 낭비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에게는 사랑, 희망, 나눔의 시간만으로도 너무 부족했던 것이다. 여기에 왜 우리가 생활에서 잡다한 것을 줄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기전 우리가 정작 해야할 일을 하나도 제대로 못하니까.
모리의 삶은 나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주었다. 매일 작은 일에 불평하는 내 모습이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모리교수는 내 학생 때 은사이셨던 이기방 선생님을 떠올리게 한다. 이기방 선생님은 유학 후 귀국하여 몇 년 되지 않아 가벼운 감기 몸살이 걸렸는데 그만 바이러스가 척추에 침입하여 평생 휠체어를 타고 살게 되셨던 분이다. 학교 다닐 때 난 그 분이 건물에 올라오지 못해 아침에 출근시간에 기다렸다가 업어서 모셔온 때가 많았다. 지금은 은퇴해 집에 계시지만 여전히 자신이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신다. 병원에선 포기해 죽는다고 퇴원하라고 한 분이다. 지금은 스스로 차를 운전하고 다니시고 지팡이를 이용해 걸음마를 연습하신다. 자신의 물건에 힘이 들어간다고 나한테 자랑하시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시의 몸의 변화를 스스로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그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겨우 명절 때나 찾아뵙지만 여전히 나보고 다리에 근육 생긴 것을 만져보라 하신다. 선생님은 나한테 살아있는 희망이시다. 아마 내가 지금까지 어려운 순간들을 잘 버텨온 것도 그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 것이다.
작가가 한번은 모리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 건강한 사람이 부럽지 않냐고.... 모리교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운동하거나 수영을 하거나 특히 모리가 좋아하는 댄스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 부럽다고 했다. 그런 때는 의기소침해진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모리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런 때는 그런 생각에 빠지지 않고 let it go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자기한테서 떼어 낸다고...
이 부분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아주 자주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그 사실 자체에 집착한다. 남녀사이에서 남자 혹은 여자 친구가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친구를 자기 스타일대로 바꾸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늘 행복하지 않다. 상대방을 아무리 바꾸어도 자기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때 자기를 사로잡는 부정적인 생각을 let it go 하게 할 수 있을까. 모리는 그렇게 해서 자기 신체의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는 사람이다. 사람이 누구를 사랑한다 했을 때 과연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늘 자기 스타일대로 상대를 바꾸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그렇게 이기적인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가 내가 원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상해도 그 상한 마음을 그냥 흘려보낼 수만 있다면 그래서 긍정적인 면만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완벽하지 않으니 상대방이 나를 마음에 차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럴 때 모두 let it go 할 수 있다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실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그런 생각을 let it go 하면 실험실 생활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실험실에서 나쁜 일이 있어도 그런 일을 자꾸 말해 그 분위기를 주위에 전해 우울한 분위기를 만들기보다는 let it go 해서 그런 말들을 사라지게 하면 우리가 휠씬 쉽게 생활할 것이다. 생각은 말하면 이렇게 전염되는 것이다. 좋은 것은 전염시키면 시킬수록 사회가 밝아지지만 나쁜 것은 전염시킬수록 사회를 어둡게 한다.
통일전망대, 백담사등을 거치면서 나의 마음이 모리, 만해등으로 씻겨졌다. 모처럼 만해의 시를 읽었을 때의 감동이란.... 이제 또 학기 시작이다. all in... 전력투구란 말이 내 마음을 표현하는 적절한 말이다. 어떠한 도전도 이제 준비가 되어있다. 또 다른 모험을 할 준비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