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01 22:45:30
봄이 농익은 계절이다. 아침햇살에 눈부시게 빛나는 나뭇잎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나뭇잎새들은 한 겨울 그렇게 참고 이기며 살아온 자들의 희열과 같은 몸짓이다. 최소한의 몸짓과 최소한의 양분으로 그렇게 겨울을 인내하고 살아남은 자들만의 생명의 잔치가 봄인 것 같다. 그렇게 겨울을 참아낼 때는 봄이 온다는 보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인내의 세월이었을까....
대학원 생활은 어찌보면 겨울잠을 자는 나무와 같다. 다가오는 도약의 세월을 대비해 준비하는 곳이다. 비록 최소한의 몸짓과 최소한의 양분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 곳은 다가오는 삶을 대비하는 치열한 훈련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많은 것을 준비한다. 그러나 준비과정 자체는 그리 쉬운 과정이 아니다. 실험실 구성원은 참으로 다양하다. 나이로 보면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뜨거운 나이 대이다. 또 출신 가정환경으로 보아도 그리 쉽게 어울려질 것 같지 않다. 시골 출신, 서울 출신, 가난한 집, 부자 집, 대학출신도 다양하다. 전공도 우리 실험실은 그야말로, 물리, 화학, 재료, 전자공학 등 정말 다양하다. 하고 있는 연구주제도 정말 다양하여 실험실 내 연구원들도 가끔은 서로 이해하기 힘들다. 지식 수준도 천차만별이어서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남녀가 같이 어울려 일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도 많다. 거기에다 세계 각국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유일한 공통분모는 나노과학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펴기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는 사춘기를 벗어난 시기이고 나름대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시기이지만 삶에 대한 훈련이 부족해 서로 부딪히는데 익숙하지 않다. 사람이 사람 사이에 있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서로 어울려 사는 방법을 터득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이 과정동안 그래서 부딪힘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사람이 살면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가정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능하지 않다. 불행히도 우리 이학도들은 이런 사람들끼리의 부딪힘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고민하지 못했다. 그래서 서로 부딪혀 상처받을 때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쉽게 좌절하고 때로는 극복하지 못할 때도 있다. 또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을까 고민해보지도 않았고 따라서 상처를 쉽게 주어도 내가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술집에서 이런 문제를 고민하기 보다는 금새 책상에 돌아와 자신의 연구주제로 돌아가 버리는 까닭이다. 나 역시 살면서 이런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주위 사람들이 나를 외면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연구주제와 씨름하기를 선택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가는 혹독하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런 면에서 아주 사악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단으로 따돌림 당하는 것이 어찌 아이들만의 일인가. 곧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로 직장을 옮기기도 하고 살던 곳을 떠나기도 하지만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든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런 종류의 일들이 늘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사회는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를 극복한 사회도 있다. 우리 실험실은 다른 실험실에 비해 규모가 커서 이런 문제들이 종종 발생한다. 사람이 많으면 확률적으로 character가 강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따라서 부딪힘의 소리가 커지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모두 실험실이라는 공동체로서 연구에만 몰두하면 이런 문제는 최소화되겠지만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 끼리끼리 그룹이 생기고 이런 잡음이 일어난다. 따라서 정도는 없다. 수십년을 같이 한 가족끼리도 싸운다. 그런데 가족은 싸우면서도 가족이다. 그렇게 싸우다가도 어려울 때는 서로 도와준다. 말하자면 싸우는 동기가 잘하자는 것이다. 가족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랑이다. 아무리 싸워도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이다.
사실 우리는 연구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을 훈련하기 위해 실험실에 모였다. 여기는 삶의 한 가운데에 있는 훈련장이다. 완성된 인격체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고 완성을 위해 훈련하는 자들이 모인 곳이다. 지나온 삶을 보면 미국에서 나의 대학원 시절 같이 했던 한국인들 모두가 더 없이 소중한 사람들이 되었다. 비록 서로가 부족했지만 때로는 그냥 덮어주고 온 세월동안 친구가 되었고 동료가 되었다. 박영우 회장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 또 같은 실험실에 있던 선후배들은 지금도 가끔 만나면 모두 피부색이 다르지만 가족 이상의 친밀함이 있다. 이 기간동안 만나는 선후배들은 모두 내 인생에 있어 소중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사실 대학원 들어오면 최소 2년 혹은 길게는 5,6년을 같이 생활한다. 실험하고 부딪히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것이다. 그리고 훗날 모두 그런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충고하고 잘못하면 지적하고 고쳐준다. 선배로서 후배에게 충고를 줄 때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후배가 비록 부족해보이더라도 나도 그랬을 것이라는 연민을 갖고 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선배라도 후배에게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후배도 선배를 늘 배우는 자세로 대해야 한다. 자신을 꾸짖더라도 오해보다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런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마라. 우린 언제든지 서로에게 실수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실수 때문에 우리는 서로 반성하고 발전한다.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다고 나는 가끔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는 열매도 많이 연다. 이런 나무를 만들기 위해 난 오늘도 열심히 살 것이다. 열심히 거름을 주고, 병든 가지는 치고, 좋은 가지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거름도 주고 풀도 맬 것이다. 그래서 봄이면 그렇게 푸르른 잎을 자랑하고 가을에는 풍성하게 열매 맺는 나무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난 아직도 인간에 대해서 포기할 수 없다. 아무리 미워도 우린 서로를 포기할 수 없다. 모두가 잘하기를 바란다... 명심하자. 우리 모두 한 배를 탄 자들이라고.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 열심히 노를 젓지 않으면 우리 절대 육지에 도달할 수 없다. 노를 저어도 내 맘대로 저으면 효과를 낼 수 없다. 서로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코드를 맞추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