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7월 20일부터 시작한 이사가 겨우 지난주에 끝났다. 9월 10일 개소식에 맞추어 억지로 끝난 것이다. 마감일을 정해놓고 마무리하는 일이 피를 말리는 피곤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일이니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마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런던으로 달려와 첫 번째 미팅이 끝났다. 이틀동안 예상한대로 잠을 못잤다. 공항에서도 한시간 반이나 떨어진 한적한 곳에 카블리 센터가 있다. 농가를 개조해 만든 곳이다. 양들이 풀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용하다. 발표장소도 마굿간을 개조해 만든 것 같다. 우리 같은 소규모 미팅에는 아주 적합한 장소다. 이틀동안 많이 배웠다. 참 재미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크로토 교수를 모처럼 만났는데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그 사이 세월이 그렇게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정신은 또렷하다. 발표도 아직도 분명히 주제가 있다. 이틀내내 이 세션 저 세션 다니면서 배운다. 암흑물질 세션에 갔다와 어렵다고 농담한다. 아직도 배우고 있다. 내가 그 나이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몸이 불편한데도... 손가락에 고정마개를 끼고 겨우 컴퓨터를 쓰고 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전에 그냥 일반강연을 들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유대인의 기질이 느껴진다. 아제이 수드 교수랑 공동연구를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인도에서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 되었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루안의 논문에 중요한 bandgap 데이터를 넣을 수 있으면 확률이 올라간다. 안토니 교수의 아이디어에 공감이 간다. 시도해 볼 일이다. BP를 다른 방법으로 시도할 생각이 굳어졌다. 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한다. 라드하고도 공동연구를 해야할 것 같다. 대신 조심해야한다. 그러나 같이 하면 힘이 될 것은 틀림없다. 나하고 시도하는 것이 다르니 우리가 시료를 제공하면 라드는 빨리 갈 것이다. 모두 루안이 시료를 마련해야 한다.
오후의 런던 공항은 부산하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아직 카운터가 문을 열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지막 토크를 끝까지 듣고 오는 것인데 아쉽다. 앞으로 공동연구를 할 친구인데.. 허리가 많이 아프다. 앞으로 이주동안 잘 버텨야 할텐데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하다. 아침마다 기본 운동은 해야겠다.
살다보니 난 참으로 이사를 많이 했다. 전북대에 있을 때 3군데를 거쳤다. 성대에 와서도 4번째니 팔자인가 보다. 이사는 힘들지만 새로운 시작이다. 그래서 마음도 다시 새롭게 한다. 이번 개소식은 마침 내 60번째 생일이었다. 내가 60이라는 사실이 그리 실감나지도 않지만 제자들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해서 깜짝 놀랐다. 평소에 생일을 차리는 것이 그리 익숙지 않은지라 사실 불편하지만 모두 준비하느라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면 모두 고맙다. 언제 난 이런 것들이 익숙해질까... 아마도 평생 그럴 것이다.
생각해보니 60은 우리에게 60갑자를 한바뀌 돈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니 이제 내 인생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 남들은 60이 되어서 무슨 시작이냐고 빈정댈 수 있지만 이제는 정말 시작하는 마음이다. 연구소도 마침 개소식에 맞추어 돌아가고 있다. 이제부터 연구라는 것을 즐겨야겠다.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것이 개소식때 내 생일이 맞추어진 의미일 것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밀린 논문을 쓰고, 돌아가 다시 달려야 한다.
이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 힘들고 지루한 시간들을 모두 잘 참아주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실험실 친구들 모두 대단하다. 모두 고맙다. 정호가 고생 많이 했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실험실 일이 남의 일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외국인의 경우 더 심한 것 같다. 하기야 내가 공부할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나도 그랬을까... 마이크가 자기의 개인적인 일을 나한테 부탁한 것을 보면 내가 마이크에게 신뢰를 준 것같다. 이것은 개인차다. 외국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사람은 다른 곳에 가서도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사람은 모두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작은 것 하나를 보면 전체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아직 변화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젊으니 변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고 자극을 주어야 한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결국 변할 것이다.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아니 못하는 사람일수록 더 신경을 써야하는게 맞다. 이사하면 실망한 것도 많지만 이제는 모두 잊고 앞으로 갈 때다. 잊지 말자. He may be a fool but he is 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