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01 21:51:05
이번 일본 여행은 다른 여행과 달랐다.
원래는 나고야 대학에 가서 이지마 교수 나고야 대학 석좌초빙 교수 기념을 위한 학회에만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대유와 관련하여 일본 나노기술 전시회에 들르기로 했다. 일본 나노텍 전시회는 처음 가보는 것이라서 기대감도 있었다. 우선 나노튜브 공급회사인 바이엘, 나노실, 미스이 등에 들러 공급량, 가격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공급량도 톤 단위로 공급할 수 있다고 들어서 안심이었다. 나노튜브를 공급 받는 것에는 걱정이 덜어진 셈이다. 알칸이라는 알루미늄 회사가 나노튜브와 복합체 개발을 진행시키고 있고 특성도 제법 향상되었다. 영율도 증가한 것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세상에 나 혼자 하는 일은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경쟁이고 누가 먼저 하느냐 하는 것... 다행스러운 것은 여전히 대량화하는데는 문제가 있는 방법이었고 우리가 고민하는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 전에 이 질문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안해도 다른 사람이 하는데 굳이 내가 기를 쓰고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럴 가치가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거기에는 이런 대답이 있었다. 내가 하면 다른 사람은 이 일을 하지 않고 그보다 더 나은 것을 할 것이고 따라서 인류는 더 발전하게 된다.... 우리 학생들도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을까..
나고야까지는 신간선을 이용했다. 이번 여행은 일부러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다음 일본 방문을 대비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이런 방법은 조금이라도 일본을 이해하는데 도음이 되기 때문이다. 지하철 회사가 다르면 같은 역이라도 역 밖으로 나가서 환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신간선은 역시 빠르다. 2시간이면 나고야를 가니 편리했다. 하지만 편도가 60,000원이 넘으니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일본은 교통비가 많이 들어 여행하기가 힘들다는 말이 실감났다. 시간이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모든 사람들이 먹을 것을 사들고 들어온 것 같다. 모두 기차 안에서 식사를 한다. 여행을 하면서 논문을 쓰려고 준비해 왔지만 역시 몸이 예전과 같지 않고 쉽게 피곤해진다. 특히 눈이 너무 피곤하다.
나노야 역은 동경과 비슷하게 분주해 보였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더 활발히 보였다. 내 착각인가 아니면 시골의 여유로움이 몸에 배어 그렇게 보인 걸까.. 미엘파크 호텔을 찾아가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을 필요도 없이 표시가 잘 되었다. 전철표 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전철에서 사람들은 애기가 없다. 너무 조용하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호텔 리셉션에는 시간에 맞추어 들어갈 수 있었다. 이지마 선생님은 여전히 건강해 보였다. 참으로 다행이다. 스몰리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을 때 미국의 많은 이 분야 과학자들이 걱정했었다. 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큰 것이다. 한 인물이 죽었을 때 별이 진다는 표현을 그 때 알았다. 한 인물이 비워둔 공백을 채우는데는 그 만큼 시간이 걸리고 또 그만큼 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이지마 선생의 역할이 아마 그런 역할일 것이다. 전에 이지만 선생님이 아팠을 때 많은 일본 사람들이 걱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난 일본인은 아니지만 아시아권의 괗ㄱ에서의 역할을 생각하면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긴다. 아시아인은 과학의 긴 역사에서 보면 늦깍이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노분야에서 아시아권이 이니셔티브를 잡고 나가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음날 CONFERENCE에서는 예상한대로 역시 사람들이 많이 왔고 재미있는 토론이 계속되었다. 이지마 선생님 소속은 메이저 대학이지만 나고야 대학이 석좌교수로 초빙한 것이다. 아마 노벨상을 받을 확률 때문에 이런 자리를 주었겠지만 또 사람을 중히 여기는 태도가 보여 인상적이었다. 이미 노벨상 수상 교수가 있는 대학이지만 그 사람 이전에 이지마 선생을 먼저 석좌교수로 초빙한 것은 여러 가지 계산도 있겠지만 이지마 선생님의 인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지마 선생님을 알고 가까이 지낸지도 벌써 10여년이 되어가지만 알면 알수록 학자적인 인품을 지닌 사람이다. 보통 유명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자부심, 거만함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일본인 티가 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경험을 통해 국제화시킨 탓일 것이다.
첫 키노트 발표자로 나선 이지마 선생님의 첫 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자기는 이런 자리가 불편하다. 왜냐하면 자기는 아직도 과학 분야에서 전사중의 한 사람이지 뒤로 물러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이 말은 언뜻 들으면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이 분의 연세가 68세라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내 나이에 벌써 체력 열세를 느끼는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분의 강의에는 아직도 새로운 것을 찾는 순수함이 있다. 뭔가 발전시키는 것에 대한 정열이 있다. 91년 나노튜브 첫 논문이 6000 번이 넘었고 나노튜브 관련 논문이 70,000 편이 넘었으니 이 분야에 끼친 그의 영향이 과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의 전체 논문의 인용수가 6000 여회인 것을 비교하면 정말 내가 따라기 힘든 기록이다. 쿠츠마니 교수의 이런 통계 발표로 볼 때 이지마 선생님의 영향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런 그가 아직도 전사라고 느끼고 있다. 아마 이 정도의 우리 선배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 사회에도 한 일에 매달려 이런 전문가의 롤 모델이 필요하다. 후진들에게 백 마디의 말보다 이런 살아있는 징표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런 것이 진정한 과학 유산이 아닌가 싶다. 다음날 시뇨하라 선생이 나한테 건배 재창을 부탁해서 당황했다. 보통은 그 사회에서 가장 나이든 사람이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이지마 선생님의 이런 부분을 상기시켰다. 또 한 가지는 이지마 선생이 작년 발잔 상을 수상한 후 자기도 부자되었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의 건강을 위한 건배 제의를 했다. 만찬동안 이지마 선생님이 몇 사람을 모아 사진을 같이 찍자고 제안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의 테라사키 교수, 중국 북경대학의 펭 교수, 청화대학의 판 교수, 나 이렇게 영문도 모른채 사진을 찍었는데 다음에야 그 영문을 알았다. 그 사람들이 다 나름대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스웨덴 교수는 일본 도후쿠 대학에서 나이가 들 때까지 조교로 일하다가 자리를 얻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스웨덴에 교수로 간 사람이었는데 TEM 분야에서 굉장한 연구 경력을 갖고 있었다. 펭 교수도 미국 유럽등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고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나노튜브 분야에 뛰어들어 전자소자 분야에서 좋은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었다. 판 교수는 회사에서 연구소 단독 건물을 지어줬고 매년 350만불의 연구비를 회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받아 연구를 하고 있는 중국의 유명한 교수다. 나에 대해서도 이론가로 시작한 나의 경력을 인정하고 계셨다. 또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응용 쪽 일을 집중하고 있는 것을 관심있게 소개했다. 특히 커패시터, 분리, 투명전극등의 분야에서 일본이 뒤지고 있는 것을 인정한 것이 기분 좋았다. 어쨌든 그런 개성들을 모두 기억하고 같이 소개해 준 것은 이지마 선생이 갖고 있는 개방적인 태도로 본받을만한 것이었다. 이번 일본 방문은 날 겸손하게 해준 좋은 여행이었다.
만찬 후 시뇨하라 선생이 2차를 가지고 해서 깜짝 놀랐다. 시내로 택시를 타고 들어가 보니 시뇨하라 선생의 단골인 술집이었다. 마담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곳에서는 노래방처럼 한국 노래도 부를 수 있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참으로 좋은 사람이다. 시뇨하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농익은 친구처럼 느껴진다.
이번 주는 힘든 한 주였다. 몸이 말이 아니다. 손발이 붓는다. 매일 술을 마신 탓일 것이다. 내 건강을 내가 지키지 못하는 것도 내 잘못일 것이다. 프로가 되라고 학생들에게 잔소리하지만 정작 내가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자책도 해본다. 또 내일부터 바쁜 일주일이 되겠지만 정신차리고 논문 쓰는 일에 집중해야겠다. 일이 많지만 올해는 나한테 기회다. 안식년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서두르지 않고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