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01 21:34:52
여행, 학회등의 부산함 뒤로 어느새 가을이 성큼 와 버렸다. 의대 앞의 은행나무는 이제 노랗게 물들어 비처럼 떨어져 내린다. 몇몇 나무는 어느새 거의 가지만 남아버렸다. 공대 뒤로 길게 늘어선 전나무(?? 늘 들어도 이름을 까먹는 것은 내가 이학도이기 때문인가? 나의 치매인가..) 길은 내가 이 캠퍼스에서 가을에 제일 사랑하는 길이다. 이 나무들은 아마도 캠퍼스의 나이만큼, 아니 그 이상 먹었을것이다. 여름에는 그 푸르름을 마음껏 자랑하다 가을 마지막까지 그 색깔을 고집하다 마지막 순간 포기하고 그 붉은 빛을 발휘한다. 그 빛은 단풍나무처럼 그리 붉은 화려한 색이 아니다. 어딘가 빛바랜 고풍스런 색이다. 어렸을 때 책갈피에 꽃아두었던, 그러나 잃어버리고 난 어느 세월 후 다시 책을 뒤지다 우연히 찾아낸 나뭇잎처럼 칙칙하지만 그리움이 깃든 색깔이다. 난 화려한 단풍도 좋지만 이 색깔이 좋다. 뽐내려하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배어난다. 수수하지만 우아함이 있다. 보고 있노라면 그리움이 어느새 내 곁에 온다. 주위의 어색한 시멘트 건물을 그나마 살아있는 느낌으로 장식해주는 것은 아마 이 나무들일 것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그 색깔에 감탄하고 하루 하루 변하는 그 색깔에 아쉬움, 그리움이 있다.
나무로 표현하면 내 인생의 색깔은 무슨 색일까. 노란 은행나무처럼 그렇게 온 세상을 물들이는 장엄함이 있을까... 단풍나무처럼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화려함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은 그런 장엄함,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든다. 난 잡초처럼 험하게 산 인생이다. 그리 화려함도 장엄함도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굳이 표현하자면 난 전나무처럼 늦게까지 버티고 마지막 순간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붉음으로 가득 채워진 그런 인생이고 싶다. 그 색깔을 보고 내가 살아왔던 인생을 돌아보고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지는 마음을 들게 하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난 얼마나 바삐 살고 있을까. 지나가는 계절을 계절로 느끼지 못하고 앞만 보고 산 세월들이다. 바쁘다 핑계대고 친구 한번 제대로 찾아보지 못한 내 인생이다. 살아오면 내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 모두가 그립다. 고등학교 때 자취했던 친절했던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아이들, 이리에서 하숙했을 때 늘 부부싸움 많이 했던 아저씨 아줌마, 전주에서 살던 친절하게 잘 대해주셨던 자취집 아줌마,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친구들, 살면서 내가 상처받았고 상처주었던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 그들 모두를 내 가슴에 안고 싶다. 내 실험실에서 졸업했던 많은 학생들, 열심히 안 했다는 이유로 나를 피했던 많은 학생들.. 내가 그들 가슴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남들처럼 칭찬한번 제대로 듣지 못하고 늘 뒤에서 마음 졸였던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 그래도 꿋꿋이 사회생활 잘하고 있는 그 녀석들... 때로는 날 원망하며 살겠지... 모두들 보고 싶은 얼굴이다... 내가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 내가 상처주었던 모든 사람들, 그들에게 용서받고 싶고 내게 상처주었던 모든 사람들 또 용서하고 싶은 계절이 또한 가을인가 보다. 그리고 그 모든 아픔 털어버리고 모두 안아주고 오직 그리움으로만 내 가슴을 채우고 싶다.
Hey guys! 모두들 잘 있지!!! 언젠가 만나 채리향이 가득한 포도주 한잔으로 우리 마음을 녹일 기회가 오겠지. 내가 눈감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