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단장 이영희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전 세계 나노 분야의 허브 센터 꿈꾼다"2000년대 초 한국이 나노 분야의 선두권에 오른 데는 탄소나노튜브 디스플레이 연구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렇게 탄소나노튜브 연구를 시작했고 그 뒤 그래핀 연구도 했는데, 이런 연구 덕분에 IBS 단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10월 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의 단장으로 선정된 이영희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나노 연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안식년을 미국에서 보냈을 때였다. 당시 리처드 스몰리 교수와 탄소나노튜브를 대량 합성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에 기여했는데, 이 연구성과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지금도 많이 인용되는 논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삼성종합기술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전계방출디스플레이(FED, Field Emission Display)라는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이를 이용해 TV를 개발한 뒤 월드컵 중계방송을 직접 보기도 했으나,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 중심으로 바뀌면서 삼성이 이 분야의 연구를 접었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 한국이 나노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은 엄청났다. 이 단장은 "최근 국제학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느라 탄소나노튜브, 그래핀이라는 키워드로 논문을 검색했는데, 관련 논문 수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나노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 이 단장으로부터 나노 분야의 연구동향을 비롯해 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의 현황과 목표 등에 대해 들어봤다.
"IBS 연구단에서는 연구대상을 그래핀뿐 아니라 붕소질소화합물,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 등의 2차원 층상 물질로 넓혔는데, 이 새로운 물질의 새로운 성질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구단의 목표를 이렇게 밝힌 이 단장은 연구대상을 이런 2차원 층상 물질을 택한 이유를 계속해서 설명했다. 전자소자를 구성하기 위해 전도체, 반도체, 절연체가 모두 필요한데, 그래핀은 전도체, 붕소질소화합물은 절연체,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은 반도체에 해당한다. 또 미래의 디스플레이나 전자소자는 투명하고 휘어지거나 당겨질 수 있어야 하는데, 2차원 층상 물질은 이런 특성을 갖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다. 연구단은 그래핀, 붕소질소화합물,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 모두 '대면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성균관대 내에 위치한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은 전체 연구인력이 100명 정도이며, 이 중 박사과정 학생이 60명가량에 이른다.
이 단장은 "여기서 대면적이란 가로세로 수cm의 크기를 말하는데, 실제로 챔버 크기만 크게 한다면 더 크게도 만들 수 있다"며 "특히 붕소질소화합물은 대면적으로 처음 만드는 데 성공해 지난해 논문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이렇게 만든 새로운 물질을 이용해 광증폭 현상, 광열전 현상 등 새로운 성질을 찾아내 연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집중하는 것은 캐리어 동력학의 일부인 '캐리어 증폭 현상(carrier multiplication phenomenon)'이다. 그는 "이는 하나의 광자로 전자를 여러 개 만들어내는 광증폭 현상"이라며 "2차원 층상 물질을 갖고 이 현상을 이용해서 태양전지의 근본적 한계에 갇혀 있는 효율(33%)을 그 이상으로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물리 현상 중에서 또 하나는 광열전 현상이다. 주위에서 쓸모없이 버려지는 열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열전 현상 덕분인데, 연구단에서는 열과 빛을 동시에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연구단은 세계 최고 성능의 열전소재를 개발한 성과를 '사이언스' 4월 3일자에 발표했다. 비스무트 안티모니 텔루라이드(Bi0.5Sb1.5Te3)라는 물질을 갖고 새로운 소결법(sintering)으로 내부 구조를 바꾸어 상온에서 열전 효율 상수(열전 성능 지수) 2를 얻었던 것이다. 이 단장은 "열전물질은 보통 온도가 낮으면 열전효율이 떨어져 그동안 상온에서 작동하는 열전물질 중 열전 효율 상수가 최대인 것은 1.5에 불과했다"며 "파우더를 단단하게 뭉쳐서 열처리해 시료를 만드는 방식으로 간단하면서도 기막히게 제어함으로써 상온 열전재료 중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것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개발한 것은 p형인데, 반도체 스택을 만들기 위해서는 n형도 개발해야 한다"며 "현재 상온에서 n형 물질의 열전 효율 상수를 1.5 이상으로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스택을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면, 컴퓨터, TV, 냉장고처럼 항상 열이 나오는 곳에 붙여 놓기만 해도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이 단장은 "반도체 스택을 창문에 붙인다면 태양빛뿐 아니라 창 안팎의 온도차에 의한 광전․열전 효과를 동시에 이용해 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초과학 연구를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소재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연구단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손꼽히는 이황화몰리브데늄(MoS2)을 원하는 위치에 단일층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나노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립기술이 중요한데, 연구단은 필요한 물질을 가스로 불어넣어주고 그 가스가 원하는 곳에 달라붙어서 자기조립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데 의미가 크다. "2차원 층상 물질은 전 세계에서 우리 연구단이 가장 잘 만든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결함 없는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작년에 발표했고, 붕소질소화합물도 한층 또는 여러 층으로 대면적을 처음 만들었어요. 우리 연구단이 전 세계에서 MoS2라는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도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있는 유일한 연구팀이죠."
실제로 전 세계에서 연구단이 만든 재료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연구진들의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 이 단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하버드대학, 노트르담대학 등에 시료를 제공했다"며 "특히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는 우리 연구단과 함께 일하자며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에 연구제안서도 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연구단이 나노물리 분야에서 전 세계의 허브 센터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IBS 연구단을 맡기 이전에도, 나노 분야에서 한국, 중국, 일본이 함께 모이는 심포지엄을 제안해 성사시켰다"며 "IBS 연구단에서는 새로운 물질을 잘 만들어서 전 세계 연구자에게 시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많은 해외 연구자가 국내로 안식년을 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구단은 나노 크기 물질의 구조와 물성(즉 동력학, 광 특성, 전기 특성)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단 내 다기능 나노스코피 연구팀에서 원자력현미경(AFM)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기능을 합쳐서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연구단은 50mK이라는 극저온, 14T라는 고자기장의 설비인 PPMS를 구입해 2차원 층상 물질의 새로운 전기특성 현상을 관찰하며 연구해 왔다.
▲ 연구단에서 매주 개최하는 '브라운 백 세미나'는 전체 연구인력이 참여해 연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시너지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리다.
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은 대학 내 연구단으로서 성균관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오는 7월 20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 IBS 센터가 완공되며, 9월에 개소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 단장은 "학교 지원 덕분에 IBS 센터에 투과전자현미경(TEM), 주사터널링현미경(STM) 등을 들여놓게 됐으며, 이런 특수 장비들이 들어가는 실험동은 각종 진동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건물에서 분리시켜 건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대학에 소속된 덕분에 박사과정 학생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전체 연구인력 100명 정도에서 60여 명이 박사과정 학생이라고 한다. 이 단장은 "매년 10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개인 연구에 지원하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과 달리 IBS 연구단은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집단 연구 형태를 띠고 있다"며 "우리 연구단은 전체 연구인력이 모이는 '브라운 백 세미나', 교수, 연구원, 학생 그룹별 포럼을 열어 시너지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주 열리는 '브라운 백 세미나'는 점심 때 빵을 갖고 와서 먹으면서 새로운 연구주제 또는 아이디어, 논문 발표 전의 연구결과 등을 발표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반면 전체 모임에서 토론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생 포럼을 통해 연구의 애로사항, 새로운 논문주제에 대한 의견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있다.
▲ 연구단은 2013년부터 지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여름캠프'를 열고 있다.
http://www.ibs.re.kr/newsletter/2015/04/sub_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