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세상을 살면서 모든 일이 자기 마음대로 다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도 그 뒤에는 반드시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 소위 슬럼프라는 이름의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다.
슬럼프란 무엇일까?. 슬럼프란 사전적인 정의로는 '경기가 침체하는 일' '운동 선수가 부진 상태에 빠지는 일'이다. 과학자에게 슬럼프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나는 이 말을 부정할 수가 없다.
슬럼프는 왜 오는 것일까?
원인은 다양하지만 내가 볼 때 시간이 지나면서 나태해지거나 자만해지거나 모두 초심을 잃을 때다.
학생들이 대학원에 들어올 때는 의욕이 많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이제까지 공부라는 것을 열심히 못해봤으니 한번 열심히 해보자 마음먹는다. 물론 이해한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잘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잘하지 못했으면 그 사람의 이력으로 봐서 그것을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관성을 이기려면 그 이상의 훨씬 더 큰 반대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마음먹는 것 이상으로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마음은 너무 쉽게 몸의 게으름을 따라간다. 마음은 변덕쟁이다.
그렇게 모질게 마음먹고 시작했어도 대부분 중간에 한번쯤 무너진다. 그 때는 대개 석사가 끝나는 2년차에서 온다. 물론 경우에 따라 박사 때 무너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 때쯤이면 수업이라는 것이 익숙해지는 때이고 실험도 익숙해져 긴장감이 어느 정도 느슨해진다. 그러나 이런 때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악마의 속삭임이 있다. 너 과연 연구라는 것을 잘할 수 있어? 해보니 별 재미없네. 아무것도 아니네. 혹은 다른 사람을 봐. 네 동기들이 너보다 훨씬 잘하잖아. 너보다 별로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은데 결과는 너보다 훨씬 좋잖아. 교수도 널 쳐다보지도 않잖아. 세상에 너보다 잘난 사람들이 훨 많은데 과연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너 열심히 했잖아. 근데 잘 안되잖아. 그동안 네가 한일이 뭐지??
이런 질문이 들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학교에 가기 싫어지고 교수를 만나는 일이 두려워진다. 가능한 구실을 만들어 실험실에서 멀어진다. 동기들도 자기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연구를 상의하기가 싫어진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고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이것이 소위 슬럼프다.
그렇다면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할까?
모든 사람들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위대한 선수들은 이를 극복한 선수들이다.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진다. 골프도 프로선수들이 한 경기에서 4일을 한다. 4일 중에서도 모든 날을 평탄하게 기록이 일정한 선수는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잘 될 때보다 잘 안될 때이다. 잘 안될 때 어떻게 인내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를 믿고 하나하나의 샷에 집중한다. 평소에 하는 스윙을 기억하고 내가 하는 루틴을 점검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한다. 스스로에게 화를 낼수도 있지만 그것은 잠시, 바로 잊어야한다. 그리고 그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사람이 위대한 선수이다. 모든 사람에게 슬럼프가 오지만 위대한 선수는 슬럼프를 겪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 내가 갖고 있는 몸의 관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몇배의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서 성적이 좋아지면 비로소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이다. 연구자로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내 아이디어에 문제가 없는지, 아이디어가 없다면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교환해보고-같이 이야기하면 내 생각이 정리되는 때가 많다-, 환경을 바꾸어주고 주말에는 혼자서 여행도 해보고-환경이 바꾸어지면 좋은 생각이 많이 난다-, 실험루틴에 문제가 있는지 모든 단계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이러면 사소한것의 의심이 갇혀 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 평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실험루틴을 수정해 좋은 결과가 나와야 슬럼프가 극복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의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초지일관의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슬럼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골프선수가 우승했을 때보다 우승을 놓쳤을 때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다. 우승을 하면 내가 모든 것을 잘해 우승했다고 생각해 자기를 뒤돌아보지 않지만 우승을 아쉽게 놓치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반성해 그 다음 우승을 위해 준비한다. 우리에게 그런 슬럼프는 연구에 대한 자세를 겸허하게 한다. 잘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내가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늘 생각한다. 그런 고난은 우리를 살찌게 한다. 작년 한해는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한 해였지만 논문으로는 무척 힘든 한해였다. 그러나 마음적으로는 더욱 단단해진 한해였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루틴을 점검하고 하나하나 더욱 신중한 한 해였다. 마지막 한 단계를 올라가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의 차이일지라도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95kg의 역기를 드는 것과 100kg의 역기를 드는 것은 아주 작은 차이지만 그 작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몸의 콘디션을 최상으로 올려야하고 작은 근육들을 더 발달시켜야 한다. 무슨 데이터를 넣어야 하는지, 같은 데이터로 어떻게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림 색깔 하나하나, 초록 문장 하나하나를 더 신경써 수정하고, introduction도 좀 더 설득력있게 수정해야하고 coverletter도 어떻게 더 어필할 수 있는지 신경써야 한다. 이런 과정이 결국은 나를 더욱 살찌게 한다. 올해는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는 한 해이다.
모들들 힘내자. 우리 몸은 한없이 게을러지려고 하고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모두 좋은 연구자가 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기억하자. 이런 노력을 멈추면 우린 죽은 거라고... 숨쉰다고 살아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