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그렇게 찬란한 한해의 시작이었는데 올해의 마지막 하루에서 악마가 스멀스멀처럼 코 앞에서 절망을 가쁘게 몰아세우고 있다. 나만의 느낌일까. 마지막 일요일 오후는 정말이지 우울하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느낌.. 내 마음, 숨소리 하나하나 마지막 사랑마저 모두 빼앗겨버린 텅빈 운동장.. 공허함..
그렇게 정신없이 살았는데.. 그나마 위안으로 남아있는 운동마저 패 댕겨 내치고 일만 씨름하며 살았는데... 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집에 일찍가고 일부 학생들도 덩달아 쉬고 있어 연구를 제대로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렇게 일부 학생, 연구원들은 나가 떨어진다. 모두 내 탓이다. 제로섬법칙이라 했던가...
모든 것들이 찌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겨우 인프라를 구축하고 사람들을 만들고 겨우 연구 성과가 보이는데,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외부 말들이 많다. 다 신경 끄고 연구만 하고 싶지만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나 잘해야 말들이 없어질까.. 그만두고 떠나는 학생에 대한 우울함..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구만두었을까.. 학생, 연구원들이 연구진척이 없어 방황하는 사람들.. 엄마가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인간에 대한 신뢰, 갈등.. 아직도 서툰 말들, 느린 뇌회전 모든 것이 우울하다. 효율이 느리다는 자책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과연 잘해온 것일까.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내지 못했을까. 왜 한번이라도 학생들이 어려운 것을 더 고민하고 더 대화하지 못했을까. 말 한번이라도 더 따뜻하게 용기를 주지 못했을까. 왜 못한다고만 꾸짖지 않고 더 용기를 주지 못했을까. 왜 못한다고 마무라기만 했을까. 한번이라도 더 자주 식사하고 그들의 아픔을 감싸주지 못했을까. 그렇게 소통을 주장하면서 정작 나는 소통할 수가 없다..
과연 우리 학생들이 실력이 없다고 서로 느낄까.. 그럴지 모른다. 신뢰가 없는 결과일 것이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은 과연 서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을까. 아니 서로를 위해 노력했을까. 정말 문제가 있다면 서로에게 그만두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그것이 서로를 위해서이니까.. 전에 그렇게 그만둔 학생은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여전히 그렇지 않았다면 계속 태만했을 것이다. 모순적이다.. 스스로 반성해본다. 실력이 없다고 비방하는 것은 방책이 안된다. 왜 실력을 쌓지 않는지 원인을 서로 이해해야 한다. 못한다기 보다는 노력을 안하는 것뿐이다. 다시 다짐해본다. 실험실에 들어오기 전에는 여러 가지 잘하는, 못하는 구실이 있지만 일단 여기에 들어오면 이유가 없다. 앞으로 잘하는 이유외에는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못하고 있으면 스스로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니 그만두어도 할 말이 없다. 몇 년 전 베트남 한 학생이 첫 학기 학점이 좋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온즉 베트남에서 좋은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그러면 여기 그만두라고 했다. 그 이후 반성하고 잘하고 있어서 고마웠다. 영어에 ‘He may be a fool but he is mine’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 들어오면 모두 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사람이 여기 올 필요가 없다. 들어올 때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는 잘해야 한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두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를 포함해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해내야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큰 그림은 잘 세운다. 그런데 소소한 것을 소홀히 하고 결국에는 망친다. 영어에 detail is the demon 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폼잡아도 결국 detail 에서 망친다. 올해 시작하면서 새로운 연구의 storytelling 및 비젼을 세우고 brainstorming 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세웠다. 그런데 하다보면 일이 막히는 것이 늘 일아나는 일이지만 그때마다 또 자문을 구하고 수정한 전략을 세우고 또 시도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연속이 되어야 비로소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러니 악마를 몰아내라. 일이 안될때마다 안된다고 악마한테 먹히면 안된다. 악마는 순간 순간 우리를 유혹한다. 내년에는 악마를 이겨내기를 기대해본다. 잡귀는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