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대선 공약에서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을 강조했다. 청년 과학자들의 꿈을 실현하고 ‘톱다운’이 아닌 ‘바텀업’ 방식의 기초연구 자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청년 실업과 일자리가 시대의 화두가 됐고 국내 초중고교생의 장래희망에서 ‘과학자’가 사라진 지 오래 된 국내 현실에서 청년 과학자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방안은 무엇일까. 젊은 과학자들은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도 과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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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튼튼(36)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연구위원
(사진)은 1일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4차산업혁명은 기초과학부터’라는 주제로 열린 ‘스트롱코리아2017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박사 학위를 받으면 뭐든지 술술 풀릴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박사 학위를 받은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올 3월 IBS의 ‘영사이언티스트펠로쉽(YSF)’ 1기에 선정돼 메타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도록 설계된 인공의 물질로 김 연구위원은 그래핀과 메타물질을 결합해 실생활에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중이다. IBS의 YSF는 박사 학위 취득 후 5년 이내 또는 만 40세 미만 박사를 대상으로 최초 3년간 임용, 연구비 연간 1억5000만~3억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능력직업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초중고교생들의 장래 희망직업 10위권 내에 과학자가 사라진 지 오래 됐다”며 “미국의 경우 남학생의 경우 장래 희망직업 3위가 엔지니어, 여학생의 경우 3위가 과학자”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과학자의 길은 ‘안정성’과 ‘풍요로움’이라는 일반적인 가치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영국이나 독일, 유럽, 중국에서는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굉장히 다양한 박사후 과정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다”며 “각 연차마다 박사 졸업 후 3년 이내, 5년 이내, 10년 등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1000 탤런트 펠로쉽’을 통해 해외 유수의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도 중국의 이 프로그램 지원 절차를 밟다가 IBS의 YSF 프로그램을 보고 지원, 최근에 선정된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젊은 과학자들의 창의적인 연구가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미비하다”며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압박을 느끼는 상황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일자리가 끊기면 과학자로서의 꿈을 접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유능하고 리더십을 갖춘 시니어급 과학자를 뽑아서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연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트레이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정과 끈기, 포기하지 않는 기개를 키워야 국가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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