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학교 근처 푸르지오 아파트로 이사온지 벌써 10여개월이 되어간다. 원래 목적대로 아침마다 운동하지만 몸이 그리 쉬이 변하지 않는다.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자체 짜가진단으로 몇가지 민간요법을 시행해보지만 몸상태가 나쁘면 여지없이 느낌이 좋지 않다. 이제는 무시하고 살아야 하는가보다. 이게 나라고... 이것도 바울처럼 나를 겸손하게 만들려는 하나님의 훈련 방법인가..
그러나 아침마다 운동하러 가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있다. 운동 끝나고 사우나장에 들어가면 목욕탕 물이 너무 저저분하다. 물이 희뿌옇고 물 위에 때, 머리카락이 둥둥 떠다닌다. 들어갈 마음이 나질 않는다. 몸을 담그는 것이 내 상태를 좋아지게 하는 것은 알지만 때로는 너무 지저분해 도저히 들어갈 마음이 없다. 답답해 프론트에 이야기해보지만 반응은 부정적이다. 매니져라는 사람을 만나 따지기도 싶지만 아침에 매니져가 출근하지 않으니 그것도 여의치 않다. 매니져라는 사람이 한심하다.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매니져가 무슨 매니져인가. 에어콘도 너무 시커멓게 때가 끼여 닦으라고 했더니 시늉만 했다. 목욕탕내의 청소도 불결하다. 탈의실의 질서도 엉망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느때 보면 탕 내의 물이 깨끗할 때가 있다. 무슨 조화일까. 추측건대 이것은 분명 누군가 쓰는 사람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어느 노인네는 몸에 비눗물을 다 닦지도 않고 탕에 들어갔다. 말하고 싶었지만 노인네가 불쾌하게 여길까봐 직접 말하는 것을 포기했다. 결국은 쓰는 사람의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하기야 탕내에서 다른 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떠드는 사람들이 많을 것을 보면 사용자들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노인들은 아침 일찍 와서 목욕을 하고 가는데 이때부터 이미 탕 물이 흐려지는 것이다.
또 다른 탕이 흐려지는 이유는 이 곳에서 본 몇몇 지적장애인들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인데 보는 사람마다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늘 눈웃음이다. 호기심도 많다.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아저씨 수염 진짜예요? 우리 아빠는 없는데... 만져봐도 되요? 먼저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는 끝이 없지만 정겹다. 나도 평소에는 무뚝뚝한데 이들한테는 그렇게 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속으로 아 이들이 오면 물이 더러워질까? 지적능력이 낮으니 사회 도덕질서를 인식하게 어려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감수해야지 하고 그럴듯한 아전인수 해석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웬걸 어느날 한 애가 탕에서 나오더니 여느 날처럼 친절하게 인사하고 거울 있는 곳으로 가더니 스킨 로션등 마개 흐트러진 것들을 마개를 일일이 막고 한곳에 정렬해 놓는다. 빗도 두 곳으로 나누어놓고 헤에드라이기도 다소곳이 정돈한다. 나는 순간 생각이 멎었다. 어??
거울 앞은 언제 봐도 항상 어수선했었다. 나는 스키 로션을 바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몸을 선풍기로 말리기 위해 가는데 그 곳에 갈 때마다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들은 그 곳에 와 로션을 온 몸에 바르고 얼굴에 바르고 빗으로 머리도 빗고 드라이어로 발도 말리고 그 곳도 말린다 (이것은 하지 말라고 쓰여있음). 그렇게 스스로 몸단장하는데는 바쁘지만 아무도 그 곳을 정리해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 눈을 의심했다. 지적 장애인이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었다.
돌아오며 곰곰이 반성했다. 누가 장애인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이들이 목욕탕 물을 더럽힌다고 생각한 내가 창피했다. 그곳에 드나드는 수많은 정상적인 사람들, 공중도덕 안 지키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있는 그 사람들이 정말 제대로 된 사람들일까? 그 이후 난 탈의실 거울 앞을 갈 때마다 그 아이처럼 정돈한다. 내가 비록 쓰지 않아도... 탕 내에서도 다른 기구 사용하고 제 자리에 갖다 놓는다. 그 아이가 생각나 나도 정상인이 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