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바르셀로나는 처음이다. 소치에서 4시간을 더 서쪽으로 달린다. 날씨는 우리 봄 날이다. 토요일 오후 4시쯤이라 한가하다. 야자수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더운 지방이다. 한가함이 느껴진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여기는 지중해 끝에 자리잡고 있다. 스페인에는 몇 번 왔지만 빌바오라는 북쪽이었다. 남쪽은 처음이다. 호텔에 들어오니 바로 영조한테서 문자가 왔다. 한국에서 바로 도착한 것이다. 같이 나가 음식을 먹었는데 진달래라는 한국이름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엉터리다. 한국음식 먹은지 며칠이 지나 육개장을 시켰는데 도무지 흉내도 내지 못했다. 일단 맵지 않다. 맵지 않은 육개장... 내용물도 가지가지다... 김치찌게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아 종합 음식점이다.
다음날은 일요일 모두 모여 시내 구경을 가기로 했다. 그 사이 영조가 어디를 가야할지 모두 알아두었다. 여기서 제일 유명한 곳은 가우디가 지은 미완성 성당이다. 아직도 진행 중이고 2030년이나 완성된단다. 부분 부분 모양새가 완전 다르다. 단순히 지은 연대에 따라 색이 따른 정도가 아니라 건축양식이 바뀌어 있다. 그 시대 건축기술을 반영하는 것일까... 한 개의 설계도일지라도 기술자들이 다르면 달라질까. 다른 건축물과 달리 곡선을 많이 쓴다. 너무 많은 장식 때문에 유치하다는 느낌이 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드는데... 시내 곳곳에 가우디 건축물이 있다. 느낌은 비슷하다. 곡선과 장식... 과거에 돈 많은 사람들이 부탁해 지은 건물이라고 하니 이해가 간다. 식민지를 개척하여 부를 축척한 부자들이 자기 건물에 돈을 많이 쓴 것이다.
여기 음식 중 타파타파라는 음식점에 가면 다양한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다. 네 사람이 가서 12접시를 신청하니 정말 풍성했다. 맛도 좋았다. 파야라는 음식은 우리 비빔밥과 비슷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많이 걸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모처럼 한가한 이국적인 도심의 시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햇살을 즐겼다.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하늘의 구름 한 줌이 형성한 모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비상하는 거대한 새-비익조라 이름 붙였다. 무지개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무엇보다 여기는 FCB 축구팀이 상징하는 바가 큰 도시다. 카탈루나라는 특별한 문화보다 더 강렬한 메시가 있는 팀이다. 아이들도 모두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불행히 경기가 없는 주였다.
다음날은 예정대로 ICN2 연구소에 가서 세미나를 했다. 아침 일찍 스테판이 호텔로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는데 한시간정도 바르셀로나 외곽이다. 여기도 아침에는 교통 체증이 있다. 도시는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리 심하진 않다. 스케줄을 보니 종일 꽉 차있다. 오전에 몇 교수와 토의하고 프랑스 유튜브 방송국에서 나온 촬영팀과 20분정도 인터뷰를 했다. 재미있는 것은 카메라 두 대를 놓고 기자와 나를 동시에 촬영하고 미리 질문지도 주지 않았다. 우리 나라 같으면 미리 질문지를 주고 긴장하게 만드는데 여기는 곧바로 질문하면서 촬영에 들어갔다. 별로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어 오히려 금방 끝났다. 그냥 내 생각을 전해주면 되니 오히려 편하다. 영어 인터뷰가 편한 이유가 뭘까? 분명히 내 언어가 아닌데... 우리말은 틀리지 않기 위해 발음이나 문법에 너무 신경을 쓴다. 그러다보니 말이 꼬인다. 영어는 이런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 말이 아니니 100% 정확하지 않아도 뜻만 전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더 편한 것 같다. 전에 아리랑TV에서 방송할 때도 1시간을 너무 쉽게 끝냈다. 우리말도 좀 틀리면 안 될까? 곧이어 이어진 세미나도 녹화하는데 별 요구 사항이 없었다. 마이크 레벨 조정하는 정도.... 카르도나 특별세미나라고 녹화하여 유튜브 방송에 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세미나는 여느 세미나와 똑같이 진행했다. 유튜브에 어떻게 올라올지 기대된다. 아침에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점심 후 오후에도 교수들과 계속 토의를 했다. 같이 일할 수 있는 교수들도 있었다. 여기 사람들도 실적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어디든지 연구환경을 갖추고 차근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마지막에는 정말 피곤했다.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것이 나를 계속 괴롭힌다. 마지막 교수는 여자분이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커피를 추천한다. 나쁜 줄 알지만 한동안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긴 하루를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피곤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한 것이 소득이고 스페인을 조금 배운 것 같아 좋다.
여기는 다시 바르셀로나 공항이다. 파리로 가서 한국 비행기를 타야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이것 저것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다. 앞으로 4시간이다. 돌아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많이 힘을 충전한 시간들인 것 같다.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맑다. 애플 파이 한조각과 콜라 한잔이 꿀맛인 시간이다. 커피 샆의 분위기는 조용하진 않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가 그리 기분 나쁘지 않다. 전화를 하는 사람, 대화를 하는 사람, 과일을 먹고 있는 사람, 모두 정겨운 사람 사는 모습들이다. 스페인은 한때 그리스 이후 경제 파탄이 날 나라로 예상되었지만 지금은 잘 버티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개선시켰을까...